내년 예산 중 최대 규모 삭감
감액분만큼 지역구로 돌아간 셈
기재부 "보수적으로 편성" 해명
국회가 정부의 내년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 중 약 7000억원을 감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위예산 삭감 규모로는 가장 크다. 여야 의원들이 예산 심사 과정에서 일부를 삭감해 지역구 민원 예산으로 돌릴 여지를 주기 위해 정부가 애초부터 예산을 부풀려 편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 수정안을 보면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은 정부가 제출한 18조5224억원에서 6999억원 감액된 17조8225억원으로 확정됐다. 전체 감액 규모(4조3251억원)의 16.1%에 달하는 것으로 개별예산 삭감 규모로는 최대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을 짠 기획재정부가 애초 과다 편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내년도 신규 국채 발행금리를 연 2.7%로 잡았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에 비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회 예산정책처와 LG경제연구원은 내년 국고채(3년 만기) 금리를 연평균 2.2%로 전망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채를 발행해놓고 예산이 모자라 이자를 못 주는 상황을 막기 위해 보수적으로 예산을 편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예산 편성은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정부가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이 어느 정도 삭감될 것으로 봤을 가능성이 크다”며 “의도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감액 예산이 지역구 의원들의 쪽지 예산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이 삭감되자 정부는 내년도 국채 발행 물량도 당초 계획보다 줄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난 9월초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경기 호조세가 강화돼 내년 세수 전망도 더 밝아진 만큼 국채 발행을 다소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가 법인세 최고세율(25%) 적용 대상 과표구간을 2000억원 초과에서 3000억원 초과로 높여 내년도 법인세수가 당초 정부안보다 657억원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정부 예상대로 내년 세수가 확대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일규/임도원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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