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패티' 관련 부실수사 공개적 면박… 검찰 "영장 재청구할 것"

328자 긴 기각사유는 이례적
통상 30~40자로 짧게 밝혀
'떠넘기기식 영장 청구'에 제동

검찰, 피의사실 밝히며 즉각 반박
법원-검찰 냉기류 증폭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맥도날드에 햄버거 패티(소고기분쇄육)를 납품한 업자를 구속하겠다고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 대해 328자의 ‘역대급’ 장문 기각사유를 5일 새벽 발표했다. 통상 30~40자 정도로 짧게 인용 여부만 밝히던 관행과 크게 다른 모습이다. 법원은 기각사유 발표문에서 수사 부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최근 구속영장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냉기류는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영장이 기각된 사람은 맥도날드 납품사의 경영이사 송모씨(57)와 회사 공장장, 품질관리팀장 등 세 명이다. 법원은 장문의 기각사유 설명을 통해 검찰 수사의 부실함과 구속의 불필요성을 강조했다. 권순호 영장전담판사는 △피의자별 구체적 행위 특정이 부족하고 소고기분쇄육에 관해 장출혈성 대장균 검출 여부의 판단 기준·방법 및 처리 절차가 관련 법규상 뚜렷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의자들은 국제적으로 업계에서 수용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을 적용했다면서 나름의 근거를 들어 주장하는 점, 본건 판매된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실제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확인되지 않는 점, 따라서 혐의 전반에 관해 범죄 해당 및 범의 인정 여부나 피의자별 관여 정도, 실질적인 위험성·비난 가능성 등 책임의 정도를 충분히 심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장문의 기각사유는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통상 법원의 기각사유 설명은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어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됨’ 정도의 짧은 문장으로 그치는 게 대부분이다. 논란이 있더라도 한두 줄의 설명을 덧붙이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기각사유는 검찰의 수사 내용과 다툼의 여지가 있는 주요 혐의에 대해 언급했다. 피의자별로 혐의 특정도 못했느냐는 꾸지람까지 담겨 있다. 한 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여론에 떠밀려 영장을 청구해 놓고는 법원보고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며 “법원이 검찰의 부실수사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장균 오염 우려가 있는 패티 3000만 개를 납품한 중대 사안이라며 영장 재청구 의지를 밝혔다. 또 피의사실 공표를 감행하면서 곧바로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장출혈성 대장균인 O-157 대장균 양성 반응이 나온 햄버거용 패티 100만 개 분량에 대해 검사 결과를 음성으로 조작해 납품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업체는 장출혈성 대장균에서 배출되는 시가독소 유전자가 PCR(중합효소 연쇄 반응) 간이검사 결과 검출됐다고 밝혔다. ‘오염 가능성’이 있음에도 3000만 개를 납품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미 고려한 사항으로 알려졌다. 유전자를 증폭시키는 PCR 검사 방식은 극소수의 오염 물질만 있어도 양성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다. 검찰이 오염된 3000만 개 패티를 납품한 것처럼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게 법원의 시각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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