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 역할 할 수도 있는 암호화폐
달러 중심 국제통화체제 바뀔지 관심

최희남 < IMF 상임이사 >
지난주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다시 폭락 후 상승세를 유지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2009년 첫 거래 시 0.07센트에 불과하던 가격이 지난주에는 1만1000달러를 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에만 900% 폭등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와 옵션거래소가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출시하겠다는 뉴스가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통화는 블록체인이라는 ‘분산장부기술’을 이용한 보안성이 높은 암호화폐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서로 연계된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를 용이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코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가상통화, 암호화폐라고 불리기 때문에 화폐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정부, 중앙은행이 발행하거나 가치를 보증한 일반화폐와는 전혀 다르다.

화폐의 중요 기능 중 하나는 가치저장이다. 가상통화는 가격의 변동성이 크고 이런 변동성을 완화하거나 가치를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금이나 다른 자산과 달리 기본적인 가치도 없고 투자에 따른 소득의 흐름도 없다. 비트코인은 프로그램을 통해 채굴할 수 있는 한도(2100만 개)가 정해져 있어 희소성이 보장되지만 이더리움, 리플, 라이트코인 같은 새로운 가상통화의 공급이 늘고 있다. 희소성을 이유로 가격이 폭등하는 것은 투기적인 거래라 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엄청난 거품’ ‘거대한 사기’라며 거래를 불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상통화의 또 다른 문제점은 거래의 익명성이다. 보안성이 높다는 것은 감독당국이나 정부가 거래내역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소유현황을 파악하기가 곤란하다. 이런 이유로 불법 마약거래나 테러리스트들의 자금세탁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거래에 따른 세금 부과도, 정책결정을 위한 금융시장 분석도 어려워질 것이다.
가상통화에 대해 중앙은행은 대부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통화당국으로서는 가상통화의 확산이 통화정책의 유효성과 금융시장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중앙은행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다만 분산장부기술을 활용해 중앙은행이 가상화폐를 발행하면 지급결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가상통화의 열풍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비트코인이 주는 메시지는 새로운 사회변혁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래 당사자 간 직거래를 통해 거래가 인증됨으로써 정부의 관여와 금융기관의 중개기능이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기술이 될 수도 있다. 자유주의자들이 꿈꾸는 미래일지도 모른다. 가상통화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새로운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면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체제에 큰 변혁이 올 수도 있다. 새로운 브레턴우즈체제가 필요할 것이다. 마치 모든 국가가 자국어를 포기하고 새 국제언어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 하겠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가상통화를 가능하게 한 블록체인 기술이다. 세계 정보기술(IT)의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한 인증기술이다. 지급결제는 물론이고 인증이 필요한 모든 금융거래에 이용이 확산될 것이다. 토지와 부동산 등기, 호적 등 보안성이 요구되는 분야와 병원과 보험회사 간 정보거래까지 활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인공지능(AI) 같은 새로운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더 발전시켜야 한다. 새로운 산업과 먹거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혁신과 규제개혁을 통한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한 이유다.

최희남 < IMF 상임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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