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임관빈 이어 전병헌 측근 석방 결정에 검찰 반발 기류
법원 "긴급체포 오남용 말아야"…검찰 "수사편의 아닌 불가피한 사유 있다"

법원이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를 꼬집으며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측근인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조모씨를 풀어주라고 결정하자 검찰이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잇따른 영장 기각으로 냉각됐던 법원과 검찰 간 갈등의 골이 이번 결정으로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검찰은 조씨에 대한 법원의 구속적부심 석방 결정 이후 별도의 공식 입장은 내지 않기로 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법원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의 구속적부심 결정에 대해 "긴급체포가 적법하게 이뤄졌고 그에 따라 영장이 발부됐다"며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그런 이유로 구속적부심을 인용하고 석방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조씨의 영장을 발부한 판사와 조씨의 석방을 결정한 재판부가 엇갈린 판단을 내놓은 점을 부각시키며 법원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조씨의 긴급체포가 잘못됐다는 주장은 이미 영장심사 단계에서도 나왔다"며 "영장판사는 직접 피의자 신문까지 하며 긴급체포의 적법 여부를 가렸는데 짧은 시간 서류심사만 한 구속적부심 판사가 이를 뒤집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은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했으며, 석방 결정으로 당혹할 주체가 있다면 검찰이 아니라 영장판사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신광렬 수석부장판사)는 전날 구속적부심에서 "검찰에서 밤샘조사를 받고 긴급체포된 점이 위법하고, 이에 따른 구속 역시 위법하다"며 자금세탁 공모 혐의로 구속된 조씨의 석방을 결정했다.

조씨는 뇌물수수 등 혐의로 수사를 받는 전 전 수석의 측근 인사다.

최근 열흘새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난 것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에 이어 조씨가 세 번째다.

모두 같은 재판부 결정이었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밤 늦게까지 조사를 진행한 뒤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찰의 수사 관행에 제동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원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15일 구속됐다.

검찰은 이틀 전인 13일 스스로 조사실에 출석한 조씨를 상대로 밤늦게까지 조사를 벌였다.

압수수색을 통해 휴대전화와 각종 자료 등도 이미 검찰이 확보한 상태였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수사 필요성 때문에 종일 조사하고 심야에 긴급체포하는 수사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미를 선언한 결정"이라고 석방 결정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자진 출석한 피의자를 밤늦게까지 조사한 뒤 귀가시키지 않고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일은 검찰 내 공공연한 수사관행으로 여겨진다.

가깝게는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지난 14일 조사 도중 새벽에 긴급체포됐고, 최순실씨도 지난해 10월 31일 귀국 후 첫 검찰 소환조사 때 늦은 밤 긴급체포됐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조사 도중 새벽에 긴급체포하는 일은 오랜 수사관행이었고 일일이 사례를 열거할 수 없을 정도"라며 "검찰 외부 시각에서 보면 수사 편의를 위해 긴급체포를 남용하는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조사 이후 심경 변화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우려가 있거나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피의자를 귀가시키지 않고 신병을 확보하는 것은 단순한 수사 편의를 넘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반론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적부심에서 풀려난 조씨의 경우 급격한 심경 변화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우려가 있어 긴급체포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그렇지 않고선 범죄전력도 없고 사건 핵심인물이 아닌 조씨를 무리하게 긴급체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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