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다른 전문자격사 간 동업 허용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정부 부처뿐 아니라 변호사업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첨예하다. 현재는 변호사법 34조(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 금지 등)에 따라 변호사가 의사, 변리사, 세무사 등과 동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변호사가 의사와 함께 의료사건 전문 법무법인을 차리거나 회계법인이 변호사를 고용해 회계감사뿐 아니라 관련 소송까지 맡기가 불가능하다. 기획재정부는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 방안의 일환으로 수립하고 있는 서비스산업 혁신 전략에 변호사와 다른 전문자격사 간 동업 허용 방안을 넣으려 하고 있다. 법률 분야와 의료 특허 회계 등 다른 전문 분야를 융합한 새로운 서비스와 관련 시장을 창출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변호사법 소관 부처인 법무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동업을 허용하면 변호사의 공공성·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고, 변호사가 고객에 대한 비밀 유지 의무, 이해충돌 방지 의무 등을 위반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는 2009년에도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변호사와 다른 전문자격사 간 동업을 허용하려 했으나 법무부와 법조계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변호사업계는 ‘다른 직역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이 강했지만, ‘변호사 2만 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점차 찬성 의견도 많아지고 있다. 구직도 만만치 않아진 변호사들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사업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과 박철 대한변호사협회 청년변호사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변호사와 다른 전문자격사 간 동업 허용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찬성

세무·특허상담서 소송까지 한번에
다양한 법률서비스 제공 기대

변호사 2만명 시대…법률시장 규제 바뀌어야


올해 초 ‘변호사를 한 해에 1500명씩 배출하는 것은 변호사 생존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이 제기된 적이 있다. 결과는 각하로 끝났지만 이 헌법소원은 변호사시장의 현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국내 법률시장 규모는 크게 늘지 않고 있는데 변호사 숫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906년 1호 변호사가 배출된 이후 변호사가 1만 명이 되기까지는 100년이 걸린 반면 2만 명이 되기까지는 불과 8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면 다양한 법률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동안 변호사 서비스가 크게 다양해졌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변호사 숫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법률시장이 이처럼 정체돼 있는 원인은 과잉 규제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변호사법 제34조 제5항 동업금지조항이다.

변호사법 제34조 제5항은 ‘비(非)변호사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해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 규정 때문에 변호사와 세무사가 동업해 조세 전문 로펌을 만든다거나 변호사와 변리사가 동업해 특허 전문 로펌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변호사와 세무사가 동업해 조세 전문 로펌을 만드는 것이 어떤 사회적 해악이 있기에 이를 형사처벌까지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법무부는 ‘변호사의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변호사와 다른 전문직 간 동업을 반대한다. 그러나 변호사가 다른 전문직과 동업하면 공공성이 훼손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변호사만 공공성을 지닌 직업도 아니다. 세무사법에는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세무사의 공공성이 규정돼 있다. 법무부 주장대로라면 똑같이 공공성을 지닌 변호사와 세무사가 따로 일을 하면 공공성이 유지되고, 동업하면 공공성이 훼손된다는 어이없는 결론에 도달한다. 규제하려면 규제의 목적이 명확해야 하는데, 무엇 때문에 변호사와 다른 전문직 간 동업을 금지하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반면 변호사와 다른 전문직 간 동업 허용으로 거둘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은 명확하다. 먼저 고객 입장을 보자. 평상시에는 변리사나 세무사 사무실을 이용하다가 소송을 해야 될 때가 되면 그때서야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동업이 허용된다면 고객은 변호사 세무사 동업 사무실에서 세금 신고부터 소송까지 한 번에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변호사 입장에서도 동업은 송무 일변도에서 탈피해 세무나 변리 업무까지 업무를 확장시키며, 해당 분야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로펌은 종합법률사무소가 대부분인데, 동업을 허용하면 특정 분야만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 로펌이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다.

변호사와 다른 전문직 간 동업을 반대하는 이들은 동업을 허용하면 변호사가 대기업 등 자본에 휘둘릴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동업 허용 주장을 오해한 것이다. 변호사와 다른 전문직 간 동업을 허용하자는 것은 누구나 법무법인에 투자할 수 있게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변리사 세무사 노무사 같은 특정 전문자격사와의 동업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변호사 5000명의 법률시장과 2만 명의 법률시장이 같을 수 없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변호사 2만 명 시대에 5000명 시대 규제를 고집하고 있다. 법률시장을 육성하고 발전시킬 책임은 법무부에 있다. 법무부가 목적조차 불분명한 과거 규제를 고집하고 있는 동안 한국 법률시장은 서서히 고사할지 모른다.

반대

변호사 공공성·독립성 훼손 우려
미국·독일서도 금지하거나 제한 허용


일정규모 이상 기업과 일부 국민들만 수혜

세상이 빠르고 복잡하게 돌아가고, 그에 따라 다양한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조력이 필요한 법률 상담이 늘어가고 있다. 또 변호사나 타 전문자격사 수가 늘어남에 따라 그들 자체로도 새로운 시장 개척이나 일거리 창출을 위해 전문자격사 간 동업 금지 규정을 완화하거나 동업을 허용하기를 바라는 추세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와 변호사가 아닌 전문자격사 간 동업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뿐더러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문제의 핵심은 자본이 변호사를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과 각 전문자격사 직역의 윤리 규정이 충돌하는 점에 있고, 무엇보다 본질적으로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냐는 데 있다.

소송대리권을 갖는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해 각종 소송을 제기하거나, 방어하는 고유한 업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자본에 변호사가 장악되는 경우 경제논리에 의한 자본의 손익에 따라 소송이 남발하거나, 전문법률지식이 악용돼 인권 보호의 최후의 보루인 변호사제도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 때문에 미국, 독일 등도 전문자격사 간 동업을 여전히 금지하거나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허용하는 경우에도 각 전문자격사 직역의 윤리 규정이 충돌하지 않는지 판단해 동업을 허용하고 있다.
윤리 규정 말이 나왔으니 그 부분을 설명하자면 우리 현행법에서는 대표적으로 변호사와 회계사 사이에는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 충실 의무와 회계사의 중립 의무가 충돌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변호사와 회계사의 동업이 허용된 상황에서 변호사가 어떤 회사의 자문과 관련 소송 수행을 잘해서, 그 회사가 이를 신뢰하고 해당 변호사와 동업하며 소송 수행에 도움을 준 회계사에게 감사업무를 맡겼다고 가정해 보자. 회계사가 하는 감사업무는 특정한 의뢰인으로부터 감사업무를 위탁받았다고 하더라도 의뢰인의 요구에 무조건 응할 수 없다. 회계사는 이용자 관점에서 중립적으로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 등의 서류를 작성하고 이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 의뢰인에게 득이 되지 않는 사실이나 정보를 ‘중립적’으로 다뤄야 하는 변리사와 ‘의뢰인의 비밀을 보호’해야 하는 변호사의 윤리가 상충해 충돌한다.

마지막으로 변호사와 변호사 아닌 전문자격사 간 동업을 허용하는 것이 다수의 국민들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전문자격사는 해당 영역에 있어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전문자격사들은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해야 하는 기본적인 윤리 규정을 준수하도록 돼 있고 변호사는 변호사 윤리를 어길 경우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에서 징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엄격히 관리되던 전문자격사 간 동업으로 실질적인 수혜를 보는 이들이 누구일까 생각해 보면 결국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나 경제적 여력이 있는 일부 국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변호사, 변리사, 노무사, 회계사의 통합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 국민 절대다수가 필요로 하는 법률서비스 영역은 아닐 것이다.

변호사들이 제공하는 법률서비스는 공익적 성격을 띠고 있어 단순히 경제적 측면에서만 바라볼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경제 논리로 접근할 경우 그 부작용이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변호사와 타 전문자격사 간 동업을 허용하려면 변호사제도와 타 전문자격사제도가 윤리, 관리, 관리주체 등의 면에서 전반적으로 검토돼야 하는 등 좀 더 깊은 연구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임도원/김주완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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