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출 증가속도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빠릅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국가 채무로 파산한 그리스 사례도 먼 나라 얘기가 아닙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본관에서 열린 ‘외환위기 20년의 회고와 교훈’ 특별세미나 기조연설에서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당시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 수준에 불과해 대규모 공적자금을 동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미래에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선 복지 지출 등 재정을 잘 관리해야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전 위원장은 “외환위기 전까지 정부의 지원을 받은 대기업들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부채비율이 518%에 이르렀다”며 “동남아시아의 외환위기가 뇌관을 건드려 대기업들이 쓰러지자 당시 2101개의 금융회사 중 787곳이 연쇄적으로 파산했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회고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와 월드뱅크 등에서 외화 유동성을 지원받고, 내부적으로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부실은행 등 대형 금융회사 구조조정을 실시했다“며 “이 과정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재정건전성이 위기 확산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를 극복한 또 다른 원동력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꼽았다. 김 전 위원장은 “환란 극복의 원동력은 IMF의 구제금융보다는 위기 이듬해에 곧바로 흑자 전환을 이뤄낸 산업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용없는 성장과 경제 양극화 등의 문제로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잠재 성장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직접적인 경제 불균형 완화도 중요하지만,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개혁과 규제완화를 통해 혁신과 창의가 주도하는 시장을 조성해야한다”며 “현상유지와 단기실적에 집착하는 낡은 방식으로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년 전 외환위기를 극복한 원동력은 무엇보다 국민들의 인내와 희생”이라며 “공정경쟁을 보장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이 같은 한민족의 유전자(DNA)가 다시 발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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