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핵의 자전이 느려지면 지구는 더 강력한 자극 받아

"대형 지진 내년 20번 발생"

지난해 9월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일어난 데 이어 지난 15일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일어나면서 한반도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일어난 규모 2 이상 지진은 252회로 2015년 44회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규모 3 이상 지진은 34회로 2010년 이후 한 해 5~18회보다 크게 증가했다. 기상청은 포항 지진 이후 25일까지 총 67회 여진이 일어났다고 집계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각이 약해진 한반도가 지진 활동기에 접어들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이런 추세가 더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로저 빌햄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와 레베카 벤딕 몬태나대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열린 미국 지질학회 연차 총회에서 2018년엔 규모 7 이상의 대지진 횟수가 올해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벤딕 교수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내년에 지진 활동이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빌햄 교수도 인터뷰에서 “올해 대규모 지진이 일어난 횟수는 6차례에 불과했지만 내년엔 20차례는 쉽게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진이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는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지역은 연구를 통해 알아낼 수 있지만 언제, 몇 회나 일어날지 가늠하는 기술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과학자는 지구 자전 속도를 가늠하면 향후 대략적인 지진활동의 추이를 예측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구진은 1900년 이후 전 세계에 발생한 규모 7 이상 강진을 분석한 결과 강진이 유달리 빈번하게 발생한 기간이 다섯 번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런 기간이 32년을 주기로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기간에는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1년에 25~30회 발생한 반면 나머지 기간엔 강진이 연평균 15회 정도 발생했다.

연구진은 강진이 자주 발생한 시기와 지구 자전 속도 간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아냈다.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 5~6년 뒤에 강진 빈도가 크게 늘어나는 현상이 반복됐다. 실제로 지구 자전의 감속이 끝나는 시점에 들어선 올해 들어 그런 사례가 눈에 띈다. 지난 9월19일 32년 만에 멕시코시티를 강타한 규모 7.1 강진과 11월12일 이란과 이라크 국경에서 7.3 강진이 발생했다. 지난 19일에는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 해상에서 7.0 강진이 이어졌다.

2011년 이후 지구 자전 속도는 하루에 수밀리초(ms)씩 느려지고 있다. 빌햄 교수는 “내년부터 최소 5년간은 전 세계에서 지진 활동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구 자전 속도와 지진 사이 관계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다. 지구 깊숙한 곳은 철·니켈을 주성분으로 하는 고체의 내핵과 액체 상태의 외핵으로 이뤄졌고 액체 맨틀과 그 위를 떠다니는 지각이 있다.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 액체 상태의 외핵과 맨틀은 이전 속도로 계속해서 돌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지진이 일어난다는 분석이다.

빌햄 교수는 “지진이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발생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적도를 중심으로 북위와 남위 30도 이내 지역에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위도 지역에서 지진이 늘어나는 이유는 극지방에 비해 이 지역은 비교적 빠른 시속 1666㎞로 돈다. 지구 내부 핵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더욱 강력한 자극을 준다는 설명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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