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서버용 반도체 질주이어
게임용 고사양 PC 호황에 D램 '수요 폭발'

D램 탑재량 큰 폭 증가
1월 6만원대 DDR4 8GB
9만9000원까지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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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뒤 하반기 들어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D램 가격이 다시 뛰어오르고 있다.

스마트폰과 서버용 D램 수요가 탄탄한 가운데 한동안 잠잠하던 PC쪽에서 큰 폭의 수요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 추세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끄떡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말 D램 고정거래가격(DDR4 4기가비트 기준)은 전월 대비 7.69% 상승한 3.5달러를 나타냈다. 7월 이후 두 달 동안 멈췄던 가격 상승세가 재개된 것이다. 작년 6월(1.3달러) 대비 2.5배가량으로 오른 D램 가격이 다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애초 가격 조정기가 지속될 것이라던 반도체업계의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다.

낸드플래시 가격(128기가비트 멀티레벨 셀 기준)은 9월 말에 전월 대비 3.11% 하락해 17개월에 걸친 상승세를 마무리했다. 10월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PC 관련 D램 수요가 강하게 올라오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수요 강세에 공급 물량을 대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D램 가격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PC용 시장은 지난 몇 년간 눈에 띄게 퇴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마트폰발(發) 수요가 폭증하면서 PC용 D램 비중이 계속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12년 절반 이하로 떨어진 데 이어 2014년에는 모바일용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여기에 서버용 D램 수요가 늘며 올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업체가 올 들어 PC용 D램 생산라인을 부가가치가 높은 서버용 D램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PC용 D램 시장은 예상보다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와 가트너 등에 따르면 올해 D램 수요는 16억기가바이트(GB)에 가깝지만 공급은 15억GB 안팎으로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다.

PC 수요는 크게 늘지 않고 있지만 PC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가트너에 따르면 2012년부터 5년 가까이 4GB 후반에서 정체돼 있던 PC의 평균 D램 탑재량은 올해 2분기 5.1GB로 늘었다. 내년에는 5.7GB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검색 기능 등을 스마트폰에 넘겨준 대신 PC의 주요 용도로 부상한 게임 때문이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끈 총싸움 게임 오버워치의 권장사양이 6GB, 올해 역대 동시 접속자 신기록을 경신한 배틀그라운드의 권장사양은 8GB다. 내년에는 권장사양이 12~16GB에 이르는 PC게임이 출시될 예정이다.

게임용 수요가 늘면서 DDR4 8GB의 국내 판매 가격은 지난 1월 6만7000원에서 지난달 한때 9만9000원까지 급등했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됐지만 스마트폰당 메모리 반도체 탑재량이 늘며 반도체 호황을 열었던 지난해 하반기 양상과 비슷하다.

지난해 스마트폰당 1.8GB이던 D램 평균 탑재량은 올해 2.2GB로 늘었으며 내년에는 2.5GB에 달할 전망이다. 스마트폰과 PC시장 정체와 관계없이 D램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래픽 등 소프트웨어(SW)의 성능 향상과 사용자의 메모리 저장공간 확대 요구가 반도체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u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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