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해수위 '세월호 유골 은폐' 놓고 공방

여야 "대처 미흡" 한목소리 질타
김영춘 장관 "판단 착오·제 부덕의 소치"
'해수부 인적청산' 요구엔 "준비한 것 있다" 물갈이 시사

'은폐 지시' 김현태 전 부단장
"장례식 앞둔 유가족들에게 마음 정리 시간 드리려 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월호 유골 은폐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24일 세월호 미수습자 유골 은폐 사건에 대해 “직원들의 판단 착오와 제 부덕의 소치”라며 공개 사과했다. 그러나 장관으로서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현장의 통상적 통보 절차에 따라 조속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세월호 유해 발견 경위 및 조치사항’ 관련 현안보고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야당이 “실무자 문책만으로는 안 된다”며 사퇴를 거듭 압박하자 “책임질 일이 추가로 필요하다면 그때 가서 다시 판단하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저의 책임”이라며 거취 논란을 일축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김 장관이 사퇴할 일은 아니라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의원 모두 정부 대처를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김 장관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추궁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실무자의 대처·보고체계 미흡 등 제도적인 문제에 집중하는 등 여야가 겨눈 조준점은 서로 달랐다.

한국당 의원들은 김 장관의 책임론을 집중 부각했다. 김성찬 의원은 “현 정부가 적폐청산에 함몰돼 가장 기본적인 일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군현 의원은 “실무자에게 꼬리 자르려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김 장관은 “현장 책임자가 자의적인 판단과 인간적인 정에 끌려 절차를 어기고 함부로 판단해 국민적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해수부 내 기강을 해쳤다”며 “결과적으로는 모두 저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까지 세월호 수습본부는 지원 활동을 계속한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사건으로 보직 해임된 김현태 전 해수부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 부단장은 즉각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장례식을 앞두고 (가족들에게) 마음이라도 정리하는 시간을 주는 게 관리자의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가족들이 너무 힘들어할 것 같아서 그렇게 (비공개하기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만희 의원은 “그렇다면 유가족이 아닌 장관에게도 심적 고통을 고려해 보고가 늦었다는 말이냐.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실무자 책임과 제도적 문제 등을 적극 부각했다. 이개호 의원은 “공직자의 긴장감이 떨어졌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세월호 문제 담당자가) 고난도 업무를 장기간 맡으면서 업무처리 능률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주기적으로 (담당자를) 교체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권 의원은 “장관이 해수부 내에서 조직적 왕따를 당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며 “(세월호 사고 당시의 해수부 인사들을) 확실하게 인적청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준비해온 것이 있는데 마무리 단계다. 정리할 사람이 있으면 정리하겠다”며 “앞으로 의도적인 은폐 시도 여부 등을 조사해 (담당자의) 부적절한 판단이 있었는지 엄중히 조사해 그에 상응하는 징계를 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