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정부가 재정으로 보전하기로 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를 막기 위한 적절한 대책’이란 긍정적 평가와 ‘정부가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려놓고 뒷감당하기 힘들어지자 국민 혈세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최저임금 재정 지원은 정부가 근로자 300만 명에게 1인당 월 최대 13만원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이 핵심이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16.4%) 중 과거 5년간 평균 인상률(7.4%)을 초과하는 부분(9%포인트)을 보전한다. 대상은 고용보험에 가입한 30명 미만 사업장으로 월 급여 190만원 이하 근로자다. 여기에 드는 돈은 약 3조원이다. 고용보험을 비롯한 4대 보험 가입 지원책도 시행된다.

정부와 노동계도 세금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전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보진 않는다. 다만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선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재정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올해(6470원)보다 1060원 오른다. 인상액 기준 역대 최대이고, 인상률로는 17년 만의 최고치다.

반면 가파른 인상에 따른 부작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최저임금을 올려놓고 나중에 문제가 되자 세금으로 특정 계층의 임금을 보전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정부는 ‘퍼주기’ 우려가 커지자 ‘한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내년 이후에도 재정 지원을 계속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과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로부터 최저임금 재정 지원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찬성] 일자리 감소 막기 위한 당연한 조치… 저소득 근로자에게 현금 주는 효과도
'일자리 안정기금' 경기진작 효과 기대


대선 당시 최저임금 인상은 모든 진영이 공감했던 공통 의제였다. 수출 주도 경제성장의 낙수효과가 약해지고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하는 상황을 타개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최저임금이 주목받은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모두의 문제: 왜 불평등 개선이 모두를 이롭게 하는가’ 보고서에선 하위 40% 정도의 가구 소득을 개선해야 불평등의 경제성장 저해 효과를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가장 높은 수준의 나라로, 그 비중이 20%를 웃돈다.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은 필요한 정책이고 불평등 완화를 넘어 경제성장까지 도모할 수 있는 정책수단도 될 수 있다.

최저임금은 지나치게 인상되지만 않으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 없이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개선을 꾀할 수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6.4%는 한국이 저성장 궤도에 들어선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경험하지 못한 인상 폭이기에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상정하고 대비책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다.

유럽에선 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를 대상으로 사회보험료를 지원해 노동수요를 지지하는 방식이 있다. 프랑스가 가장 많이 인용되는 나라이고 벨기에도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190만원 미만 임금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에게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일자리 안정자금이라는 대안적인 정책 수단을 통해 노동수요 감소라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또 최저임금 부담을 줄이는 것만 목표로 하는 게 아니다.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선 고용보험 적용대상일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는 저임금 노동시장에 만연한 사회보험 회피를 개선하려는 조치다. 대신 고용보험 가입 시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에 대한 추가 부담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가입 경력에 따라 최대 90%까지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한다.

우리나라 저임금 부문은 임금이 낮은 것에 더해 사회적 보호가 부족한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저임금 근로자의 실업 시 사회적 보호와 노후소득 대비까지 사회적 보호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최저임금의 경기활성화 효과도 배가시킬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개선 효과가 있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대체로 인정된다. 최저임금 근로자는 저소득 가구주이거나 아르바이트 청년과 노후소득이 부족한 고령층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가처분 소득 증대는 높은 한계소비성향, 지출 대상지가 대부분 생활공간 근처 슈퍼나 음식점 같은 곳일 수밖에 없다는 점과 맞물려 이 자체로 저임금 부문에 현금을 공급하는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일자리 안정자금과 사회보험료 지원 명목으로 저임금 부문 사업주에게 현금이 추가로 공급되는 셈이다. 성공한다면 한국에서 아직 시도한 적이 없는 저임금 부문 맞춤형 경기부양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자리 안정기금의 지속가능성이 논란이 된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과 결합한 일자리 안정자금이라는 정책 조합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냐에 달린 문제다. 우리나라가 매년 집행하는 추가경정예산이 10조원가량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이 저임금 부문 맞춤형 경기진작책으로 성공적으로 평가된다면 추경 예산의 상당 부분을 여기에 집행한다고 해도 반대가 아니라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이 정책조합이 다른 부작용 없이 성공할 방법이 무엇일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반대] 부작용 뻔한데 무리하게 올려놓고 국민 혈세로 해결하려 해선 안돼
최저임금, 근로자 소득 증대 효과 크지 않아


정책분석가는 의사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흔히 일컬어진다. 경제와 사회의 비정상적인 현상에 대한 원인을 탐색하고 이에 대해 가장 작은 부작용을 가진 정책을 제안하는 일이 마치 환자의 병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의료인의 기능과 비슷하다는 의미다.

어떤 의료인이 바람직한 의료인인가. 병에 대해 정확한 진단으로 피상적인 현상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는 근원을 찾아내고 이에 대해 개선을 유도하는 처방을 하는 의료인일 것이다.

반면 몸에 나타난 자연스러운 변화상을 무조건 병으로 파악하거나, 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놔둔 채 현상이 원인인 양 오진하는 의료인도 있다. 나아가 이런 잘못된 진단에 근거해 부작용이 큰 약을 투여해 몸의 다른 기관을 상하게 하기도 한다. 이런 좋지 않은 의료인은 심한 경우 의료인의 자격을 박탈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이에 따른 최저임금 보전을 위한 재정지원은 이런 관점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다. 먼저 정책의 목적이자 이에 대한 이론적 근거의 타당성이 의문시된다. 소위 소득주도 성장론은 과거 노동시장에서 결정된 임금보다 약간 상향된 수준의 최저임금을 문제로 정의하고 이를 크게 인상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 접근 방법은 일부 학자집단에서 가설 수준으로 제시돼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에 머물러 있다.

경제 내에 소득재분배가 일정 수준 유지돼야 한다는 명제는 충분히 설득력 있고 검증된 내용이나 이를 경제성장의 원인으로 설정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용어를 활용해 소득재분배정책의 이미지를 바꾸는 눈속임으로,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합의된 소득재분배 이상의 정부 개입을 추구하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근로소득 또는 가계소득을 높이는 정책수단으로 최저임금 정책의 효율성은 또 어떤가. 근로소득을 높인다는 목적을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달성할 수 있는 정책인가.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를 고려할 때 최저임금제도는 고용의 기회를 상당히 줄이게 되며 비숙련노동자가 노동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기회를 막을 가능성이 크다. 노동 수요의 탄력성을 고려할 때 인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뿐더러 노동으로의 소득 배분이 늘어날 가능성도 낮다.

이에 비해 근로장려세제(EITC)는 근로자들에게 직접적인 보조를 하는 방식이어서 노동시장 메커니즘에 따른 왜곡은 최소화하고 저소득 근로자들의 임금은 늘리는 보다 효과적인 소득재분배 정책이다. 이렇게 더 나은 정책수단을 두고 굳이 최저임금 인상을 고수하는 것은 어떤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르겠다.
정부가 근로소득 증가를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와 적극적 노동정책으로 노동의 질을 향상시키고 고용주의 수요에 맞는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다. 이처럼 근로자들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높은 임금을 받도록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이 돼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재정지원은 마치 부작용이 큰 약을 처방하고 그 부작용을 치료하겠다고 또 다른 잘못된 약을 주는 것과 같다. 약을 파는 사람은 돈을 벌었겠지만 잘못된 약을 사 먹은 사람은 돈도 잃고 부작용에 시달린다.

좋은 의료인은 약 대신 몸이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좋은 정부는 비효율적 정책을 남발하는 대신 시장경제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환경 조성에 힘쓴다.

심은지/오형주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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