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보다 큰 산양삼 재배단지 일구는 황진숙 푸새&G 대표

산양삼 한번 맛보고 강원도 정선 귀산 결심
발효특허 획득…연매출 5억
2015년 국무총리 표창

강원 정선군 깊은 산속 소나무 군락지. 황진숙 푸새&G 대표(55)의 농장은 이 소나무 줄기 사이 산비탈에 잡풀을 걷어내고 만든 곳이다. 황 대표는 해발 700m가 넘는 산을 매일 오르내리며 산양삼(장뇌삼)과 산나물을 키우고 있다. 산속 재배 단지는 38만 평(약 126만㎡), 대부분 국유림이다. 서울 뚝섬 서울숲(35만 평)보다 크다. 서울에 살던 황 대표는 어떻게 방대한 땅을 빌려 연평균 매출 5억원을 내는 임업 경영인이 됐을까.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그가 어떻게 홀로 귀농해 18년 동안 산양삼을 키워냈을까. 황 대표를 그의 농장에서 만났다.

▷주요 작물은 뭔가요.

“대부분 산양삼이고요. 곰취 곤드레 산마늘(명이나물) 눈개승마(삼나물) 같은 산나물도 키웁니다. 여기 환경이 험합니다. 그래서 그 환경을 이겨낸 작물들의 맛과 향은 더 뛰어나죠.”

산양삼은 ‘사람이 키운 산삼’이다. 자연산 산삼은 귀하다 보니 그 씨앗을 산에 뿌려 재배한 것이다. 인삼과 달리 차광막을 씌우지 않고 산에서 자연 상태로 키운다. 황 대표는 이렇게 키운 산양삼을 발효시켜 발효산양삼 상품, 발효산양삼 진액, 발효산양삼 대보환 등으로 판다. 산양삼 발효 기술을 개발해 가공품 특허도 냈다. 2015년 산림사업 유공자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고 작년엔 농림축산식품부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됐다.

▷산양삼은 어떻게 키웁니까.

“산에 씨 뿌리고 6년이 지난 후부터 약효가 있다고 봐요. 6년근부터 7년근, 8년근, 12년근까지 키웁니다. 오랜 시간 산골짜기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자란 삼이에요.”

6~7월이 되면 산양삼 씨앗열매가 빨갛게 영그는데 심마니들은 이 열매를 ‘딸’이라고 부른다. 이 열매를 따서 껍질을 벗긴 뒤 모래 속에 묻어 놨다가 싹이 나오면 다시 땅에 심을 수 있다.

황 대표는 2000년까지만 해도 서울에 살았다. 몸에 좋다는 말에 한번 얻어 먹었던 산양삼의 매력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취미 삼아 직접 키워볼까 했던 게 시작이었다. 영월에서 지인들이 꾸리고 있는 산양삼 농장 일에 합류했다. 서울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4년가량 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평생 산에도 안 다녀본 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산이 너무 좋더라고요. 산에 완전히 빠진 거죠.”

본격적으로 산양삼 재배를 해보자고 결심하고 찾은 곳이 지금 정선군의 임계리였다. 말리는 어머니를 뒤로하고 귀농을 결심했다. 인근 주민의 동의를 받으면 국유림을 빌릴 수 있다는 정보를 얻어 연 10만원을 내고 국유림 10㏊(약 3만 평)를 대여했다.

황 대표도 귀농 초반엔 실수가 많았다고 한다. 산양삼을 키워 돈을 벌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6년. 그런데 처음에 모든 산에 산양삼만 심었다. 다 투자하니까 남은 돈이 없었다. 몇 년간 먹고살 길이 막막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정선 시장에 나가봤더니 산나물이 많더라고요. 산나물은 그해 바로 수확이 돼요. 돌아와서는 곰취와 산마늘 같은 나물을 심었어요. 이 산나물로 산양삼 첫 출하 때까지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산양삼을 처음 수확했을 때 감개무량했겠습니다.

“산양삼은 오래 키워야 하는 것이다 보니 반타작도 안 돼요. 10년근이면 씨 뿌렸던 거에서 실제 상품으로 나오는 건 한 10% 봐요. 여름에 서늘하지 않으면 죽거든요. 가뭄도 너무 타고요.”

임업진흥원 지정 산양삼 멘토이기도 한 황 대표가 저절로 산양삼 전문가가 된 것은 아니다. 오랜 노력이 있었다. 2009년 강원농업마이스터대 특용작물과에 입학해 인삼을 전공했다. 10년 가까이 몸으로 익혔지만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학교에 다닌 게 도움이 됐습니까.

“그때 가공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산양삼을 발효하면 몸에 좋은 사포닌 성분의 체내 흡수가 더 잘 된다는 논문이 있어요. 그런데 산양삼은 발효가 잘 안 돼요. 그래서 대학 연구팀에 들어가 산양삼 발효를 연구했습니다.”

▷성공했습니까.

“특허까지 받았죠. 평창에 있는 전문가, 세명대 연구팀과 같이 연구했습니다. 그걸 상품으로 개발해 내놓은 게 발효 산양삼 진액 등입니다. 지금은 이게 효자 상품이에요. 내년엔 산양삼 발효주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그는 이제 산양삼 발효 제품의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 조사차 홍콩과 중국 광저우를 가봤는데 산양삼에 큰 호감을 보였습니다. 문제는 물량입니다. 꾸준히 공급할 물량을 확보하려면 그만한 재배 면적이 필요합니다. 임업인들이 국유림 임대 규모를 키워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마침 황 대표의 농장은 올해 산림청의 산양삼 대규모 재배단지 시범사업장으로 선정됐다. 산림법에선 임업 법인당 국유림 10㏊씩 빌릴 수 있는데 황 대표는 이번 시범사업으로 재배단지 100㏊(약 30만 평)를 추가로 경영하게 됐다.

정선=FARM 고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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