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직전 불거진 '댓글 사건'…사흘 앞두고 "후보 비방 안해" 결과 발표
김용판 전 서울청장 대법원 무죄 확정…국정원 공모 등 다시 들여다볼 듯

국가정보원의 각종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의 경찰 수사 당시 불거진 은폐 의혹을 본격적으로 다시 파헤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23일 김병찬 서울 용산경찰서장의 사무실과 주거지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김 서장이 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장으로 재직하던 2012년 12월은 현재 검찰이 진행하는 국정원 의혹 수사의 단초라 할 수 있는 '댓글 사건'이 발생한 시기다.

18대 대선을 8일 앞둔 12월 11일 국정원 직원이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의 낙선을 위한 사이버 활동을 한다는 의혹이 민주통합당 당직자의 신고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해당 직원의 오피스텔 앞에서 이틀간 대치 상황이 이어진 끝에 서울 수서경찰서가 노트북·컴퓨터 등을 제출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컴퓨터의 디지털 증거 분석을 지원했다.

수서서는 대선 사흘 전인 16일 밤 "후보자를 비방·지시하는 댓글이나 게시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는 접전으로 진행되던 당시 대선의 막판 판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선 이후 민주당이 수사결과를 축소·왜곡 발표했다고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 등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수사 끝에 공직선거법 위반, 경찰공무원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김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이 정치 관련 이슈가 논의되는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 등 선거개입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하드디스크에 게시글의 잔상이 남아 있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도록 김 전 청장이 지시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5년 1월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려는 의도로 여러 지시를 했다는 검사의 주장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김 전 청장에게 대선에 개입하고 실체를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었나였고, 객관적인 물증이 부족해 관련자의 진술과 배경 등을 근거로 법원은 유·무죄를 판단했다.

압수수색영장 신청이 보류됐으며, 분석 과정에서 수서서를 배제했거나 분석 키워드 축소를 강요했다고 증언한 권은희 전 수서서 수사과장의 진술에 대해 법원은 객관적 사실과 어긋나거나 관련자들의 진술과 배치돼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노트북 임의제출 동의서를 근거 삼아 의도적으로 증거 분석 범위를 제한하고 사건을 축소했다는 검찰 주장도 법원은 "분석관들이 분석 초기부터 자체적으로 범위를 결정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무죄로 결론 났지만, 애초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외압 의혹이 불거지는 등 경찰의 비협조 등 여러 한계로 인해 의혹을 충실하게 밝혀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기소 후 이뤄진 국정조사 청문회 등에서는 민주당에서 김 전 청장이 중간수사 발표를 앞두고 국정원 박원동 전 국장과 통화하는 등 접촉했다는 의혹을 내놓기도 했다.

약 5년 만에 재개되는 이번 수사는 당시 발표에 국정원과의 공모가 있었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압수수색을 당한 김병찬 용산경찰서장은 댓글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국정원의 서울경찰청 연락관과 40여 차례의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국정원과 서울청 수뇌부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도 김 서장이 당시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누설한 정황을 포착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김 서장과 연결돼 있던 국정원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향후 '윗선'인 장병덕 전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 이병하 전 수사과장, 이광석 전 수서경찰서장, 최현락 전 서울청 수사부장, 김용판 전 청장 등에 대해서도 국정원과 공모 여부에 관해 사실상 재수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 조금 문제가 되는 부분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당시 수사 전반을 다 다시 되짚어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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