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면했어도 절반 가량 타격 예상
부품 관세, 소비자 신뢰·부담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 있어

삼성전자에 미국에서 판매중인 '플렉스워시'와 '플렉스드라이' (자료 삼성전자 미국)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1일(현지시간) 삼성전자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운명의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3년간 연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수입물량에 50%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구제조치 권고안을 마련한 것이다. 3년간의 구제조치 기간에 초과물량에 대한 추가 관세는 매년 5%씩 줄어든다.

이를 두고 애당초 월풀이 주장한 "세탁기와 부품에 대해 모두 50%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덜한 조치라며 '절충안'이라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월풀의 주장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한 터라 '피해안'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애매한 기준 120만대, 절반 해당하는데 절충안?

우선 월풀의 피해가 어느 정도이고 그 때문에 연간 120만대 안된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월풀이 피해는 입었다고 인정은 했으니 그들의 주장(50% 관세부과)은 받아주되 물량은 어느정도(120만대) 봐주자는 권고안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위원장들 사이에 이견도 이를 반증한다. 연간 120만대가 넘는 물량에 대해선 50%의 고율 관세를 물리자는 데 합의했지만 미만의 물량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4명의 위원 중 2명은 '120만대 미만 물량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말자는 의견과 20%를 부과하자는 의견으로 엇갈렸다.

지난해 삼성·LG전자가 미국 시장에 수출한 세탁기는 금액으로는 1조원 가량, 수량으로는 200만대 정도로 추산된다. 이번 권고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며 절반 가량은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되는 셈이다.

물론 ITC가 LG전자가 국내 창원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은 예외로 인정했지만 이 또한 녹록치 않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권고안이 확정정된다고 해도 LG전자 창원공장의 물량을 미국으로 바로 돌리는 건 쉽지 않다"며 "수출국에 따라 사양이나 모델 등도 다르기 때문에 수출라인을 갑자기 변경하는 게 말처럼 금방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LG전자가 미국에 파는 세탁기는 전체 수출 물량의 20% 가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창원공장은 풀가동중인데다 공장확장을 위한 설비이동도 예정됐다. 자체적인 스케쥴상 ITC의 권고안대로 움직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미국 테네시에 짓고 있는 세탁기 공장의 완공시기는 당초 2019년 1분기에서 앞당길 수 있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을 100만대 이상으로 계획됐다.

미국 ITC 관세부과 권고안(자료 ITC)

◆세탁기에 가려진 부품 규제, 부품 5만대 넘으면 관세 50%

ITC의 권고안을 보면 세탁기 부품에 대한 제한도 있다. 쿼터를 1년차 5만대, 2년차 7만대, 3년차 9만대로 잡았다.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관세를 50%(1년차), 45%(2년차), 40%(3년차)씩 물리는 게 골자다.

세탁기의 수출물량과 시장규모만 놓고보면 턱없는 수준이다. 기존에 미국 시장에 깔려 있는 세탁기들을 고려하면 1년동안 부품 5만대는 쿼터의 의미가 없는거나 마찬가지라는 것. 결국 부품은 미국에서 현지화해 자체 조달하라는 얘기라는 게 업계에서의 분석이다.

부품의 경우는 당장 시행된다면 세탁기 보다 대응이 늦을 수 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AS(사후서비스) 문제와도 맞물려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트릴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 입장에서 세탁기야 삼성, LG가 아닌 다른 제품을 산다고 쳐도 이미 사놓은 제품의 부품 교환이나 고장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 부품에 대한 관세가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가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TC가 월풀의 터무니없는 관세 부과 요구를 다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어쨌든 관세부과가 권고안으로 나놨다는 자체는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강성천 통상차관보 주재로 삼성전자, LG전자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발표한 수입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ITC의 권고안이 시행될 경우 업계에 미치는 수출 차질 영향 등을 분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ITC는 오는 12월4일까지 피해판정, 구제조치 권고안 등을 담을 보고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0일 이내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와 수위를 최종결정하게 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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