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개혁TF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 5건 조사권 남용 의심"

논란된 62건 조사결과 발표
촛불시위 연예인 기획사 조사 등 의심사례 모두 MB·박근혜 정부 사건
DJ때 23개 언론 세무조사 등 진보정권 사건은 문제 안삼아
국세청이 ‘정치 세무조사’ 근절을 내세워 민관 합동으로 지난 8월 구성한 ‘국세행정개혁태스크포스(TF)’가 석 달간의 중간 조사 결과를 20일 내놨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시발점이 된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포함해 모두 5건의 세무조사에서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의심된다”며 국세청장에게 검찰수사 의뢰 등 적법 조치와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하지만 조사권 남용 의심 사례가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이뤄진 세무조사에만 국한돼 있어 야당을 중심으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 세무조사를 근절하기 위한 국세청의 ‘적폐청산 활동’이 오히려 정치적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태광실업 등 5건 조사권 남용

국세행정개혁TF는 이날 “과거 국회·언론 등에서 논란이 제기됐던 총 62건의 세무조사를 점검한 결과 모두 5건에서 국세기본법(81조의 4)의 조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중대한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 7월 태광실업 관련 2건의 세무조사는 △관할청인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니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교차조사’에 나선 이유가 명확하지 않고 △태광실업 주변 기업 수십 곳 등 과도한 조사범위 확대가 있었으며 △고발 절차가 단기간에 처리되는 등 조사권을 남용하고 세무조사의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위배한 소지가 있다고 TF는 판단했다. TF는 “국세청장은 공소시효 경과 여부 같은 법적 요건을 검토해 검찰 고발 등 적법 조치를 하고 교차조사는 근본 개선 방안을 마련해 즉시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다. 검찰 조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박연차 회장의 돈 640만달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노 전 대통령은 이 건으로 2009년 4월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TF는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진 김영재성형외과의 중동 진출에 부정적인 의견을 낸 컨설팅업체 대원어드바이저리 이현주 대표와 관련한 2건의 세무조사, 촛불시위에 참여한 연예인(김제동·윤도현 씨)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세무조사도 “조사권 남용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공정성 논란 커져”

국세청은 이날 TF의 권고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법률자문단을 구성해 공소시효 문제 등을 검토한 뒤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 안팎에선 이날 TF 발표에 대해 국세청이 정치 세무조사 근절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이란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한편으론 공정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조사권 남용 의심 사례가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사건에 국한돼 있어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의 23개 언론사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로 대표되는 진보 정부의 ‘정권 하명 세무조사’도 당초 조사 대상에 포함됐지만 쏙 빠지고 보수 정부에서 이뤄진 세무조사만 조사권 남용 대상으로 지목됐다”며 “정치 세무조사를 없애기 위한 조치가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을 불러오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했다.

TF는 지난 8월 한승희 국세청장의 지시에 따라 출범할 당시부터 공정성 논란을 야기했다. TF 외부위원 중 상당수가 진보 성향 시민단체 출신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국회의원들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TF는 사실상 청와대 하명에 의해 설립된 것으로 정치보복 수단이 아니냐”고 비판한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TF 활동과 권고사항에 대한 법적 실효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야당 국회의원 보좌관은 “국세행정개혁TF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어 처음부터 세무조사자료를 열람할 수 없다”며 “회의록을 확보해 TF 활동에 불법성이 있었는지 점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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