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설 끓는 주식시장 다시 부는 재테크 열풍

"돈 안 쓰는게 답"… '생민한 하루'도 재테크죠

가상화폐·크라우드펀딩…
소액 투자하는 신개념 재테크…사회 초년생들 "종잣돈 마련"
영화 보면서 투자 '시네마테크'…금융공부 스트레스 없어 좋아

재테크 부작용도
상사에게 올린 보고서 망친 날, SNS에 투자서적 사진 올렸더니
팀장 "일은 안하고…" 핀잔

일러스트=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제 지인이 OOO 주식으로 2.5배나 수익을 냈는데요. 지금 들어가도 늦지 않은 것 같아요….”

식품회사에 다니는 조 과장은 얼마 전 탈퇴한 주식투자 카페에 다시 가입했다. 주식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동창의 권유에 마음이 다시 흔들렸기 때문이다. 연초 반기문 테마주에 여윳돈을 쓸어 넣었다가 원금 절반 이상을 날린 뒤 아내에게 “다시 주식에 손을 대면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겠다”고 맹세했던 그다. 주식시장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김과장 이대리들의 마음도 요동치고 있다. 짬짬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켜놓고 마음을 졸이는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이나 가상화폐 투자 등 신개념 투자에 기웃거리는 사람도 늘고 있다. 반면 “그냥 안 쓰는 게 답”이란 직장인도 적지 않다. 직장인들의 좌충우돌 재테크 수난기를 들여다봤다.

헤어나기 힘든 ‘주식의 늪’

열 번에 아홉 번은 손실을 보긴 하지만 여전히 가장 사랑받는 재테크 수단은 주식이다. 중공업회사에 다니는 정 과장은 7년 전 ‘묻지마 투자’로 한 번 재미를 봤다가 종잣돈까지 날린 적이 있지만 여전히 주식을 놓지 않고 있다. 석 달에 한 번씩 투자카페 회원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침마다 경제신문도 정독한다. 고군분투 끝에 연평균 10%대 수익을 내는 가치투자자로 거듭났다.

유통업체에 다니는 김 대리는 아내와 더블플레이를 시작한 뒤 확실히 손해를 덜 보고 있다. 김 대리는 기업 분석을 하고 아내는 차트 분석을 하는 식이다. 결제하랴 보고하랴 제때 매수·매도를 가늠하기 힘든 그를 대신해 아내가 매매를 맡고 있다. 의견이 갈렸을 때는 하루 종일 주식 시장을 보는 아내의 판단이 맞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주식이 두려운 경우엔 소소한 재테크에 만족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금융업계에 근무하는 이 대리는 자투리 돈으로 재테크를 하는 ‘잔돈투자족’이다. 처음에는 저금통을 산 뒤 집에 굴러다니는 잔돈을 보이는 족족 넣었다. 그러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1만원 미만의 거스름돈을 적금이나 펀드 계좌로 이체해 주는 상품에 가입했다. 7500원짜리 저녁 메뉴를 카드로 결제하면 2500원은 펀드 계좌에 자동 이체하는 식이다.

‘통장요정’ 김생민 효과로 “안 쓰는 게 최고의 재테크”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방송인 김생민은 청취자의 한 달 치 영수증을 분석하며 각 소비내역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인 ‘김생민의 영수증’으로 최근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커피는 선배가 사줄 때 먹는 것이다’ ‘안 사면 100% 할인이다’ 등이 ‘김생민 어록’으로 통할 정도다. 이를 따라 하는 직장인도 많아지고 있다. 여론조사회사에 다니는 최 대리는 아침마다 집에서 내린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출근한다. “하루 평균 커피값 5000원을 한 달 동안 아끼면 10만원이 굳는다”는 생각에서다. “어느 은행 적금의 이율이 더 높은지, 무슨 주식을 언제 사서 언제 팔지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했다.

영화 보고 돈 벌고… 신개념 재테크도

사회초년생 사이에선 부동산P2P, 크라우드펀딩, 가상화폐 등 소액으로 할 수 있는 ‘신개념 재테크’가 인기다. 유통 관련 중견기업에 다니는 박 대리는 ‘시네마테크’에 푹 빠졌다.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관람객 수 350만 명을 기록하면서 수익률이 40%까지 치솟았다는 말을 듣고 관심을 갖게 됐다. “재테크를 위해 금융, 증권 등을 따로 공부해야 했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며 “관객 입장에서 감독이나 주연배우를 보고 흥행을 판단하기 때문에 투자가 오히려 재미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성공할 만한 아이템을 찾아 ‘투잡’을 뛰는 직장인도 많아졌다. 중견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는 최모씨는 밤마다 사업가로 변신한다. 2년 전 인형뽑기 열풍이 불 때 3000만원을 투자해 홍대 인근에 인형뽑기 기계 10대를 놨다. 연봉에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다. 지인들과 함께 돈을 모아 주변에 클럽 분위기의 수제맥주 펍도 한 곳 열었다. 4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 돈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개념 투자에 생각 없이 나섰다가 큰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박 대리는 가상화폐 투자로 40%의 손실을 봤다. 10배, 100배를 벌었다는 사람들의 성공담만 믿고 ‘묻지마 투자’에 나선 게 화근이었다. IT 회사에 다니는 김 과장도 얼마 전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서버가 다운되면서 제때 매도 시점을 잡지 못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돈 벌 궁리만 하나?”… 재테크 부작용도

재테크에만 몰입하다 부작용을 겪는 경우도 있다. 플랜트업체에 다니는 강 과장은 최근 팀장으로부터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보고서를 망친 다음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주식 포트폴리오와 함께 투자 관련 책 사진을 올린 뒤부터다. “일은 안하고 제 돈 벌 생각만 하냐”는 팀장의 핀잔을 1주일간 들어야 했다.

식품기업에 다니는 박 대리는 자신의 SNS에 비트코인 투자 수익률이 높다는 글을 게시했다가 혼쭐이 났다. 박 대리를 따라 투자했던 직장 상사가 한 번에 월급의 반을 날리면서다. “내가 투자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괜히 나를 원망하듯 쳐다보니 마음이 너무 불편해요. 앞으로는 투자 관련 얘기를 일절 안 하려고요.”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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