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전 국정원장. 한경DB

전직 국가정보원장 가운데 홀로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19일 검찰에 재소환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측에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뇌물공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이 전 워장을 불러 그가 지난 16일 영장실질심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상납 지시가 있었다는 '깜짝 자백'을 한 배경과 발언의 진위 등을 추궁하고 있다.

이 전 원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측 상납 요구가 있었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는 함구했다. 하지만 영장심사 법정에선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 자금을 오규해 특수활동비로 제공했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그의 갑작스러운 박 전 대통령 언급이 증거 인멸 우려를 희석하는 요소로 작용해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다고 보고 있다. 같은 날 영장심사를 받은 남재준 전 원장과 이병기 전 원장은 모두 구속됐다.

검찰은 이병호 전 원장의 상납액이 세 전직 원장 중 가장 많은 25억∼26억원에 달하고 '진박 감정용' 청와대 불법 여론조사 비용 5억원을 제공한 정치관여 혐의도 있는 점에서 구속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이 아닌 법원에서 사실을 털어놓고 구속을 피하는 선례가 남을 경우 수사에 임하는 피의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원장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언제 어떤 식으로 상납 요구를 받았는지를 조사한 디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원장이 또 다른 '폭탄 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남재준 전 원장과 이병기 전 원장 구속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원의 40억 상납 의혹 수사의 중요 관문을 넘은 검찰은 후속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검찰은 국정원 특활비를 매달 300만∼500만원씩 별도로 받은 것으로 조사된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진박 감정 여론조사에 관여한 현기환·김재원 전 정무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곧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납 고리의 정점에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이르면 이달 중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서울구치소 방문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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