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까지 했는데…" 불안해하는 학생, 내색 않으려 학부모도 힘들어
포항 수험생 공부할 공간 마땅치 않아…매뉴얼 있어도 일선 학교 혼란
지진 후 첫 등교 앞둔 초중고 학부모 "학교 보내려니 마음 안 놓여"

"1주일 연기한다고 했을 때는 안심이 됐는데 수능이 하루하루 다가오니 긴장감이 오히려 커지는 것 같아요."

한반도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 큰 강진으로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1주일 연기돼 오는 23일 치러지지만, 수험생과 학부모 등의 불안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경북 포항 수험생과 학부모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당초 정부가 사상 처음 수능 연기 방침을 발표하자 진앙인 포항에서는 찬반양론이 엇갈리면서도 "고사장이 상당수 파손돼 수험생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데다 극도의 불안 상태에서 시험을 치를 경우 공정성을 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규모 5.4 지진 이후 19일 오전까지만 56차례 여진이 이어지면서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를 중심으로 또다시 불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진앙 인근 수험생들은 심리적 불안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큰 데다 강진으로 파손된 건물이 많아 공부할 공간마저 마땅히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은 공공도서관이나 그나마 상태가 좋은 독서실을 찾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2년 전 개관해 비교적 시설이 깨끗한 포은중앙도서관은 원래 주말과 휴일에는 문을 일찍 닫고 월요일은 휴관하지만 지진 이후 수능생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월요일 휴관 계획을 취소하고 운영 시간도 연장했다.

포항여고 3학년 이모(18)양은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 공부하고 있는데 '혹시 이러다 수능 당일 큰 지진 나면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재수생 김모(19)군은 "작년 수능 때는 경주 지진 후라 여진 공포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올해는 포항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좀처럼 안정이 안 된다"고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수험생 자녀를 둔 북구 흥해읍 김모(47)씨는 "다행히 집이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수능 앞둔 딸아이가 초조해 할까 봐 여진이 나도 내색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했다.

연기된 수능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시험 당일 또다시 지진이 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는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교육 당국은 이 같은 때를 대비한 매뉴얼을 최근 배포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포항지역 한 고교 교사는 "매뉴얼 상으로는 경미한 지진이 발생할 경우 책상 아래로 대피만 한다고 되어있지만 경미한 지진이 어디까지를 뜻하는지 알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포항고 손창준 교장은 "지진 이후 수능이 연기된 데 이어 휴업 결정이 내려져 그동안 수험생들을 대면할 수 없었다"면서 "20일 수험생들이 다시 정상등교하면 전문 상담사를 통해 불안해하는 학생들의 심리 안정을 도울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밖에 수능과 지진으로 지난 16일과 17일 휴업을 한 포항지역 127개 유·초·중·고 가운데 99개교는 20일부터 정상등교하기로 했지만 이들 학교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야 할 지 망설이는 경우도 많다.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 이모(35·여)씨는 "학교에서는 '괜찮다'고 하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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