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으로 반(反)원전 진영의 ‘괴담’ 수준 여론몰이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탈핵에너지 전환 국회의원 모임’은 지진 발생 당일인 지난 15일 긴급성명을 내고 “포항 지진이 원전 사고를 막을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18기 원전 중 17기는 지진 규모 6.5를 기준으로 설계됐다”며 “5.4의 포항 지진, 5.8을 기록한 경주 지진은 이 내진 설계 기준에 육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동 중인 16기와 점검 중인 8기를 포함, 24기 원전이 모두 이번 지진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또다시 근거 없는 원전 공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엉터리다. 국내 원전 중 21기는 규모 7.0에 맞춰, 3기는 규모 6.5에 맞춰 내진 설계가 적용됐다. 5.4나 5.8이 6.5에 근접했다는 것도 단순 수치상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진 규모 1의 차이는 에너지로는 32배의 차이가 난다. 그래서 경주 지진의 에너지는 원전 내진 설계 기준인 규모 7.0 지진 에너지의 63분의 1, 포항 지진은 251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설사 규모 7.0을 넘는 지진이 발생해도 원전은 가동이 중단될 뿐, 발전소 구조물에 이상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이는 외국 사례에서도 입증됐다. 지진이 나면 내진 설계가 워낙 잘 돼 있는 원전이 오히려 가장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을 정도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에 의한 침수가 원인이었음이 이미 밝혀졌다.

그런데도 또다시 괴담을 퍼뜨리는 이들은 무지하거나 아니면 고의로 국민을 속여가며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일개 시민단체나 누리꾼도 아닌 국회의원들이, 과학적 근거도 없이 이런 선동을 일삼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물론 규모 7.0을 훨씬 넘는 강진이 오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그때는 원전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수많은 고층 아파트와 빌딩의 붕괴 및 균열 가능성이 훨씬 더 심각한 위험이 될 것이다. 지진으로 불안한 민심을 엉뚱한 곳으로 오도해선 곤란하다. 제발 괴담은 이제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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