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관심이 온통 코스닥에 쏠리고 있다. 정부가 창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하자 투자자들이 한동안 외면하던 코스닥시장으로 빠르게 돌아오고 있다. 정부가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내놓은 지난 2일부터 17일까지 코스닥지수는 11.51% 올랐다.

투자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코스닥시장 투자 확대다. 특히 현재 국내 주식 투자액 124조7000억원 중 약 2%만 코스닥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코스닥 투자 비중을 확대하면 수급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창업자들이 쉽게 투자금을 회수하고 재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코스닥시장이 살아나야 하며, 이를 위해선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코스닥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명제에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과 이를 뒷받침하는 철학에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국민연금이 당장의 수익률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코스닥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게 궁극적으로 기금 수급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정부가 국민연금을 쌈짓돈처럼 특정 정책에 ‘동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투자의 독립성을 크게 저해할 수 있어서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코스닥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장이다.

[찬성] 코스닥 활성화 통한 벤처산업 육성…연기금 장기 수익률 극대화에 부합
성장 잠재력 있는 분야·기업 발굴해 투자해야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우선 연기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내 대표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여러 세대의 이해가 얽혀 있는 초대형·초장기 투자기관이다. 이를 두고 ‘유니버설 오너’라고 한다. 유니버설 오너들의 운용수익은 특정 투자 대상 기업이나 섹터(분야)의 반짝 상승보다는 한국 경제 전반의 장기 발전에 좌우된다. 따라서 이들의 운용 철학과 전략은 민간 펀드의 그것과 완전히 달라야 한다.

현 제도에서 국민연금 기금은 2043년까지 자금 유입이 유출보다 더 크다. 따라서 향후 20년 이상의 장기적 안목을 갖고 한국 경제 전반의 펀더멘털(기초체력) 강화와 지속 가능성 제고를 위한 방향으로 자산 배분 및 운용 전략을 짜야 한다. 그래야 국민연금 기금의 현재 및 미래 수급권자의 이익도 극대화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긴급한 당면과제는 무엇인가. 필자는 대기업 중심의 중후장대한 산업구조에서 이른바 4차 산업혁명으로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본다. 여기에서 혁신섹터로 자금을 적극 배분하는 금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국내 민간 금융회사에서 그 역할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모험자본 공급 측면에서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자금 비중은 미국 0.35%, 이스라엘 0.38%인 데 반해 한국은 0.08%에 불과하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현황을 보더라도 지난 10년간 신용보다는 담보나 보증 위주의 대출만 늘어나고 있다.

모험 금융시장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자금 회수 시장인 코스닥의 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코스닥시장 활성화는 벤처투자 등의 모험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중소벤처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더 나아가 우리 산업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는 ‘트리거(Trigger)’가 된다.

현재 코스닥지수는 1996년 출범 당시보다도 30%가량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시장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도 2000년 7조원에서 지난해에는 오히려 3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코스닥시장의 불투명성, 빈번한 시세 조종 및 불공정 거래, 이로 인한 우량 회사의 코스닥 상장 기피 및 이탈 등이 발생해왔다.
코스닥시장은 신뢰를 잃고 투기꾼들의 온상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모험자본의 선순환 고리를 강화하기 위해 코스닥시장 육성은 불가피하다. 지금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도 과거에는 중소기업이나 신생 벤처였음을 인식하고 연기금들은 미래의 주력 산업 혹은 히든챔피언(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할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섹터나 기업들을 발굴해 적극 투자해야 한다. 이것이 곧 유니버설 오너인 국민연금의 장기투자 수익률 극대화에도 부합하는 투자방식이다.

다만 시장 비중에 따라 특정 섹터에 기계적으로 자금을 배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단기 버블을 양산하고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연기금은 개인 중심의 내재가치와 무관한 ‘뇌동 매매’에서 펀더멘털에 근거한 정상 매매로 코스닥시장을 변모시키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코스닥 기업의 가치평가에서 전통적인 재무분석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섹터의 지속 가능성 평가, 미래 성장성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 분석 등이 균형있게 요구된다. 또 연기금들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투자철학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한 기업들을 모니터링하고 주주 관여를 통해 기업을 키워 나가야 한다.

[반대] 연기금, 변동성 높은 시장 참여 꺼려…투자 유도할 정책적 방안 우선돼야
정부, 국민연금기금 '쌈짓돈'으로 여겨선 안돼


활력을 잃은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혁신성장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벤처기업 같은 혁신기업의 창업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가로막는 취약 분야는 자금 모집(funding)이 아니라 회수(exit)에 있다. 벤처투자에서 가장 좋은 회수는 기업의 상장(IPO)이다. 바로 코스닥시장이 출범한 정책 목적이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은 미국 나스닥과 같은 역동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기관투자가가 아니라 개인이 주도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스닥시장 전체 거래의 90% 이상을 개인투자자가 차지하고 있다. 개인 비중이 높은 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투기적이 될 수밖에 없다.

공적연금 같은 기관투자가가 이런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기관투자가는 시장의 질이 개선돼야 들어갈 수 있고 시장은 기관 비중이 확대돼야 개선될 수 있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다. 정책당국으로서는 어떻게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여기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기관 활용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한국 경제의 활로가 돼줄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코스닥시장 참여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를 실현하는 정책적 수단 또는 실행 방법이다. 정답은 자명하다. 동원이 아니라 유인이어야 한다. 6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 기금은 정부가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나랏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독자적 의사결정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논의되고 있는 코스피와 코스닥 통합지수 개발은 일정 부분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연금으로서도 국내 주식에 대한 벤치마크 설정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금 운용에서 벤치마크 설정은 투자 대상이 되는 시장의 정의를 의미한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벤치마크는 유가증권시장이다. 국내 주식이라는 자산군에 대해 국민연금은 코스닥을 시장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장기 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전체 시장에 대해 가능한 한 중립적으로 투자하기를 원한다. 그래야만 시장 상황에 따른 수익률의 부침(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시장 중립화는 시장을 대표하는 시장지수(market index)를 벤치마크로 설정함으로써 구현된다. 국민연금이 코스피와 코스닥을 아우르는 효율적인 통합지수를 필요로 하는 이유다.

물론 이 경우에도 전체 시장이 아니라 중대형주 중심의 지수 구성이라는 한계는 있다. 국민연금의 투자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벤치마크에 코스닥이 공식적으로 편입되면 패시브 운용에서 중대형주 비중은 유의미하게 확대될 것이며,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을 달성해야 하는 액티브 운용에서는 성장성 높은 소형주에도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위탁매매 시장에서 영향력이 막대한 국민연금이 거래 증권사를 선정하면서 애널리스트의 코스닥 기업 분석보고서 확대를 요구한다면 코스닥시장의 대표적 문제점인 정보 비대칭성도 일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창재/홍윤정 기자 yoocool@hankyung.com
한국경제 마켓인사이트 M&A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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