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 외부에 해자 시설...해자 밖엔 함정 파 이중삼중 대비

조선시대 전라도와 제주도의 육군 총지휘부였던 전남 강진 전라병영성에서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해자(垓字)와 끝이 뾰족한 죽창을 바닥에 꽂아놓은 함정(陷穽) 유적이 대규모로 발견됐다. 국내 성곽 방어시설에서 함정 유적이 대거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강진군과 한울문화재연구원이 지난 4월부터 전라병영성의 동쪽과 남쪽 외부를 발굴조사한 결과 남문 일대의 해자 바깥에서 64기의 함정 유구들이 발견됐다고 15일 밝혔다. 함정 유구들은 평면의 지름이 3.5~4.9m인 원형으로, 아래로 가면서 좁아지는 형태다. 깊이는 최대 2.5m에 달한다. 함정의 바닥에서는 끝을 쪼갠 대나무를 뾰족하게 다듬어 촘촘하게 꽂아놓은 죽창(竹槍)의 흔적들이 확인됐다. 또한 함정유구는 해자로부터 6~8m의 거리를 두고 해자와 나란하게 2~4열로 배치했다.

이 함정 유구들은 다산 정약용이 1812년 펴낸 병법서 ‘민보의(民堡議)’에 나오는 성곽 방어시설인 함마갱(陷馬坑)으로 추정돼 더욱 주목된다. 함마갱은 사람이나 말을 살상하기 위해 내부에 사슴뿔 모양의 막대기인 녹각목(鹿角木)이나 대나무 조각을 심은 함정의 일종이다. 한울문화재연구원은 “아직 발굴조사를 하지 않은 지역이 있어서 더 많은 함정 유적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해자는 성의 동쪽과 남쪽에서 발견됐으며 성벽 외곽에서 11~17m 떨어져 있다. 해자의 폭은 3.9∼5.1m, 깊이는 최대 1.5m이며 해자 안쪽 벽에는 돌로 옹벽을 쌓았다. 해자 내부에서는 나막신, 침입자를 막기 위해 세운 나무말뚝, 조선 초부터 후기까지의 자기‧도기‧기와 조각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돼 되어 해자가 조선시대 전 기간에 걸쳐 방어시설로 사용됐음이 확인됐다.

올해로 축성 600년을 맞이한 강진 전라병영성은 조선 태종 17년(1417년) 병마도절제사 마천목(馬天牧) 장군이 쌓았으며 1895년 갑오경장 전까지 전라도와 제주도의 53주 6진을 총괄한 육군 총지휘부였다. 병영성(兵營城)은 조선시대 지방군의 거점 가운데 육군의 병마절도사가 주둔했던 병영이 있던 성이다.

사적 제397호로 지정된 강진 전라병영성은 본래 광산현(지금의 광주광역시)에 있다가 1417년 강진으로 이전했다. 네덜란드인 하멜이 약 8년간 억류돼 있던 곳이기도 하다.

1999년부터 올해 초까지 13차례의 발굴조사를 통해 문이 있던 흔적 4곳과 치성(雉城·성벽 바깥으로 덧붙여 쌓은 성) 8개, 객사와 동헌, 우물, 연못 등이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성벽과 4대문 복원공사가 완료됐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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