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날마다 혁신 요구… 사고 폭 넓은 다빈치형 인재 절실"

김창수 중앙대 총장(왼쪽)과 이해선 코웨이 대표(오른쪽)가 서울 흑석동 중앙대 100주년기념관에 설치된 ‘중앙대 100주년 기념벽 히스토리 월’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내년이면 설립 100주년을 맞는 중앙대는 요즘 대학가 교육개혁의 중심에 서 있다. 기존의 학과별 모집에서 탈피해 입학 1년 뒤 전공을 선택하게 하는 ‘전공개방제’가 내년부터 시작된다. 작년엔 주요 대학 중 처음으로 ‘코딩’ 과목을 무조건 수강해야 졸업이 가능한 ‘필수교양’으로 지정했다. 변화의 한가운데 김창수 중앙대 총장(59)이 서 있다.

다가올 100년의 발전 방향을 제시할 ‘중앙대 비전2030’을 준비 중인 김 총장을 14일 서울 흑석캠퍼스에서 만났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은 어떤 인재를 길러내야 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가지고서다. 중앙대가 배출한 ‘스타 최고경영자(CEO)’ 이해선 코웨이 대표(62)가 함께 테이블에 앉았다. 이 대표는 아모레퍼시픽 부사장, CJ오쇼핑, CJ제일제당 대표 등을 거치며 가는 곳마다 회사를 업계 정상으로 키워낸 기업인이다. 작년 11월부턴 국내 대표 정수기업체 코웨이를 이끌고 있다.

사회 = 백광엽 지식사회부장

사회=백광엽 지식부장

▶사회=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재상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김창수 총장(이하 김 총장)=융복합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학문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멀티 포텐셜(다중 잠재력)을 가진 인재여야 합니다. 중앙대는 이를 다빈치형 인재상이라고 규정합니다. 다빈치형은 틀에 얽매이지 않으며, 다방면으로 호기심을 가진 창의적 인재를 말합니다.

▶이해선 대표(이하 이 대표)=산업 현장에선 매일 혁신 요구에 직면합니다. 변화 속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사고의 폭이 넓어야 합니다. 새로운 지식을 기존의 상식과 섞을 줄 아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사회=대학이 변화에 뒤처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김 총장=대학도 나름대로 변하고 있지만, 문제는 세상이 현재의 대학 시스템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바뀐다는 사실입니다. 기업은 당장 인공지능 연구 역량을 갖춘 인재를 원합니다. 하지만 대학엔 인공지능을 가르칠 교수가 없습니다. 인재를 영입하든지 아니면 이제라도 길러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대표=기업이 신입사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기술적인 실무능력이 아닙니다. 대학 시절엔 산업의 속도를 느낄 기회를 가져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사회=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할까요.

▶김 총장=변화를 이끌자면 튼튼한 재원과 유망분야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둘 다 한국 대학엔 없는 것이죠. 등록금이나 기부금 수입을 늘리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정부 지원도 제한적이죠. 결국은 산학협력이라고 봅니다. 기존의 연구분야 협력을 넘어 교육자를 양성하고, 이 대표가 강조한 산업의 속도를 느낄 수 있는 수업을 개발하는 등의 산학협력이 절실합니다.

▶이 대표=어깨가 무거워집니다. 기업엔 ‘산업 현장’이란 자원이 있습니다. 왜 대학이 기업의 맘에 드는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는지 탓하기 전에 기업이 나서서 학생들이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사회=정부 정책이 대학을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김 총장=국·사립을 떠나 대학이 다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습니다. ‘반값 등록금’도 국민의 목소리가 담긴 사회적 책무라고 봅니다. 다만 현재의 대학 재정이 참 열악합니다. ‘대학엔 기적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투입한 만큼 성과가 나온다는 말이죠. 제일 많다는 서울대의 한 해 예산이 미국의 평범한 주립대 수준도 안 됩니다.

▶이 대표=한국이 가진 최대의 자원은 ‘인재’입니다. 어떤 경우라도 인재양성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사회=인문계를 중심으로 구직난이 심각합니다.

▶김 총장=10년 전 공대에 갈 인재들이 의대에 가면서 이공계 위기론이 대두했죠. 최근엔 인문계 취업이 안 되니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란 말이 유행했습니다. 대학은 인문학적 소양에 바탕한 전문인을 양성하는 게 본령입니다. 유연한 변화도 필요하지만 대학의 방향이 춤추듯 가벼워선 안 됩니다.

▶이 대표=시대에 따라 각광받는 분야는 변합니다. 30년 전엔 디자인이 인기였습니다. 지금 디자인은 모든 제품에서 미니멈 스탠더드(최소한의 기본)가 됐습니다. 의대를 나와 재무통이 된 사람도 있고, 인문대를 졸업하고 빅데이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문학적 소양은 언젠가 빛을 발합니다.

▶사회=기업인으로서 대학에 어떤 교육을 바랍니까.

▶이 대표=학생들이 ‘시대를 읽는 눈’을 뜨게 해주는 교육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어떤 기술, 산업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고 국가와 기업은 어떤 동력으로 움직이는지 큰 틀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김 총장=문·이과를 막론하고 모든 중앙대 학생은 졸업 전에 한국사와 철학 과목을 듣습니다. 전교생 필수과목으로 회계학을 가르치는 것도 중앙대만의 특징입니다. 이는 이 대표께서 말씀하신 자본주의 사회를 포함한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는 눈을 뜨게 해주는 교육방법이기도 하지요.

▶사회=한국 대학이 개선할 점은 무엇입니까.

▶김 총장=단기 성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국제대학순위 지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질 낮은 논문을 양산하고, 무분별하게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는 세계적 대학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대표=대학은 인재를 육성하고 기업은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야 합니다. 일회성·중구난방식 산학협력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회=중앙대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김 총장=내년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2030년을 바라보는 장기 발전계획을 세우는 중입니다. ‘학생이 성공하는 대학’을 핵심 주제로 교육·연구·국제화 3대 분야에서의 개혁을 추진할 것입니다. 글쓰기 말하기 등 학생들의 사고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을 대폭 확대할 계획입니다. 그저 그런 논문 여럿보다는 단 한 개라도 최고의 논문이 생산될 수 있는 연구제도 개혁에 나설 것입니다. 대학의 역량을 모아 인구절벽, 지구온난화 같은 초국가적 연구 프로젝트도 착수할 계획입니다.

▶사회=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가 있다면요.

▶이 대표=고전적 스타일의 책 읽기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읽지 않으면 지식을 축적할 수 없습니다. 주위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전부 책을 가까이합니다.

▶김 총장=협업이 중요합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필요한 정보와 자원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고, 협업해야 앞서 나갈 수 있습니다.

■ 김창수 중앙대 총장은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로 기획조정실장과 부총장을 지내며 대학 행정 경험을 쌓았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와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국내 고등교육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힘썼다. 지난 9월 출범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교육혁신에도 열심이다. 중앙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FIU)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8년 경기 화성 출생.
■ 이해선 코웨이 대표는

CJ제일제당의 전신인 제일제당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빙그레 아모레퍼시픽 등을 거치며 마케팅 한우물을 파 햇반, 메로나, 설화수 등 많은 ‘대박’을 터뜨렸다. 이재현 CJ 회장의 복귀 요청에 CJ오쇼핑과 CJ제일제당 대표를 맡아 회사를 최정상으로 키워냈다. 지난해 얼음정수기 사태로 위기에 처한 코웨이의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후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석·박사를 받았다. 1955년 서울 출생.


정리=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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