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0)’를 선언했던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이 결국 근로자 간 노·노(勞·勞) 갈등으로 번지게 됐다. 공사 정규직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공공기관 채용은 공개채용이 원칙”이라며 “비정규직 일괄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들어간 공기업 일자리를 비정규직에게 무조건 승계하도록 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으며 평등한 기회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정규직 노조가 공식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런 갈등은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을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공공기관이라고 하지만 사업장이나 부서마다 수없이 다양한 고용형태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특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섣불리 정규직화를 밀어붙이다 문제를 자초한 셈이다. “많은 근로자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소박한 생각이 이런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내놓긴 했지만, 이 정도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 기간제 교사 배제 원칙 등을 둘러싸고는 ‘희망 고문’만 하다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초단기 근로자나 고령자를 정규직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원칙 없는 땜질식 처방도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 때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만 놓고 본다면 결코 공정하거나 평등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인천공항공사 전체 직원의 15% 정도인 정규직 노조의 ‘밥그릇 지키기’가 과하다는 비판도 없지는 않다. 높은 연봉과 고용 안정성을 누려온 공공기관 정규직이 이제는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은 시한을 못 박아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오랜 시간 세밀한 설계와 준비 없이는 혼란과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과 관련, 무엇이 ‘공정’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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