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방호대책 세미나

데이터 분산·백업·보관 등 금융회사 대비 강화해야
북한의 핵 EMP(전자기펄스) 공격에 대비해 금융회사들이 금융거래 정보 등 데이터를 분산·백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인석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금융제도개선특별위원회와 금융보안포럼 등이 공동 주최한 ‘금융권 EMP 방호대책 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교수는 “10년 전 북한이 EMP무기를 개발한다는 게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대비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이상 핵미사일을 HEMP탄(고고도 EMP무기)으로 사용할 경우 반경 100㎞ 이내의 전자·전기장비는 대부분 파괴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군사목표물 대신 서울 상공 30~80㎞에서 기폭시켜 전산망 마비를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나라는 수도권 반경 100㎞에 모든 인프라가 집중돼 있어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현재 금융회사들이 수도권 주 데이터센터에서 20~30㎞ 거리에 세운 백업 데이터센터도 무용지물이 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1년 미국 9·11테러 사건으로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면서 데이터가 소실돼 입주 금융회사의 45%가 도산한 선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핵이나 전면전을 통한 강력한 EMP 공격이 아니라면 모든 금융정보가 사라지는 상황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며 “해외 데이터센터 건립은 법률상 제한이 있고, 완벽한 EMP 방호시설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데이터를 철저하게 백업하고 분산 보관하는 조치라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북한의 EMP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강력한 EMP가 발생하면 데이터뿐만 아니라 자동차 등 전기로 작동하는 대부분 시설이 파괴되고 발전시설이 마비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어서다. 김 교수는 “EMP에 대한 대비 없이 강력한 공격을 받는다는 건 국가체제가 끝장나고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걸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