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합산규제 상한선
내년 6월 규제 일몰 앞둬
정부, 이달말 연장여부 결정

KT "소비자 선택 제한"
경쟁사 "폐지 땐 KT 독점"

KT는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셋톱박스 ‘기가지니’를 앞세워 IPTV 가입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KT 제공

유료방송의 시장점유율을 제한(33.3%)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을 7개월여 앞두고 인터넷TV(IPTV), 케이블TV 업체 간 날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합산규제 상한선에 다다른 KT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반시장 규제”라며 자동 일몰을 주장하는 반면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케이블TV사는 “KT의 시장 독점을 막아야 한다”고 정부에 일몰 연장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일몰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사업자 간 이견이 팽팽히 맞서 결론 도출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KT, 합산규제 상한선 근접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의 특수관계사를 포함한 특정사업자의 가입자 합이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33.3%)을 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특정사업자의 유료방송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한 조치로 2015년 6월 시행됐다. 3년 일몰 조항으로 일몰 기한은 내년 6월27일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9일 발표한 ‘2017 상반기 유료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KT의 IPTV와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 가입자를 합친 점유율은 30.45%다. 합산규제 상한선 33.3%까지 2.85%포인트 남았다. KT는 전국에 촘촘히 깔린 유선망 인프라를 기반으로 2012년 이후 매년 1%포인트 안팎씩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만약 시장점유율이 33.3%를 넘어서면 KT와 KT스카이라이프는 더 이상 신규 가입자를 유치할 수 없다.

원칙대로라면 3년 일몰이 돌아오는 내년 6월 합산규제 조항이 폐지된다. 하지만 KT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케이블사(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 3년 새 KT의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어서는 등 유료방송 사업자 간 점유율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며 일몰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반(反)KT 진영 측은 “합산규제가 사라지면 KT가 대형 케이블TV를 인수해 시장 독점 지위를 더 강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일몰 연장을 추진하는 여당 내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11월 합산규제 유지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 “연내 연장 여부 결정”
KT는 “합산규제는 소비자 선택의 자유를 박탈하는 불합리한 정책”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일몰 연장 주장에 대응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경쟁 활성화와 콘텐츠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규제”라며 “유료방송 사업자 간 소유 겸영 규제를 폐지하는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합산규제도 폐지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91개 회원사를 둔 케이블TV협회의 공식 입장은 ‘일몰 연장’이지만,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 일부 대형 케이블사는 비공식적으로 협회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합산규제 유지가 자칫 통신사들의 케이블TV M&A를 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합산규제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 8월 사회 각계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연구반을 통해 논의하고 있다. 연구반 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연구반의 의견을 종합해 이르면 이달 또는 늦어도 연내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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