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지 경제부 기자 summit@hankyung.com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파트 경비원 1만여 명이 연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내용의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 아파트 경비원의 5.6%에 해당한다. 이는 내년 최저임금을 16.4% 인상하도록 전방위로 압박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내놓은 결과다. 그동안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축 우려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을 막으려는 기득권층의 변명” 정도로 치부했지만 안타깝게도 일자리 감소는 현실로 다가왔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고용감소율 5.6%도 보수적인 추정치다. 민주노총은 서울 7개 구, 338개 아파트 단지 경비원 5310명을 조사했는데 현재 경비원 수를 유지하기로 확정한 경우는 2196명(41.3%)에 불과했다. 감원을 결정한 경우가 75명(1.4%), 곧 감원할 예정인 경비원이 64명(1.2%)이었다. 공식 결정도, 구두로 진행된 얘기도 없어 고용 여부를 추정하기 어려운 경비원이 2418명(46%)에 달했다. 고용 여부가 불확실한 2400여 명은 고용감소율을 추정하는 공식에서 빠졌다.
전문가들은 여러 차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때마다 노동계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3일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주최한 추계토론회에서도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최저임금이 10% 인상되면 주당 44시간 기준 일자리가 1.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자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효과는 중립적이다. 설사 마이너스가 있더라도 상쇄할 방안을 내야 할 때”라고 했다.

지난달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온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도 “이렇게 급격하고 과격하게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나라는 유례가 없다”고 지적하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 호통이 쏟아졌다.

민주노총이 이제 와서 감원 움직임을 막아달라고 요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사회적으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첫 번째이고, 적절한 인상률과 대안을 고민하는 게 두 번째,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 요구는 그 다음이다. 시민사회에 호소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심은지 경제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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