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가전시장

100만원 넘는 고가에도 소비자들 지갑 열어
(1) 빨래 건조기, 하이마트 판매 5000대→7만대
(2) 건타입 청소기, LG·삼성 가세…선택폭 넓어져
(3) 대화면 TV, 교체수요로 50~60인치대 인기
(4) 첨단 에어컨, 공기청정·절전 제품 수요 꾸준

< 수요 폭발한 빨래 건조기 > 국내 최대 가전양판점 롯데하이마트에서 올 들어 10월까지 판매된 빨래건조기는 약 7만 대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4배 증가했다. 서울 잠실에 있는 롯데하이마트 롯데월드몰점에서 소비자들이 직원에게 빨래건조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맞벌이하는 김희완 씨(42) 부부는 지난 8월 새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가전 제품 구입에 1000만원 가까이 썼다. 55인치 QLED TV, 빨래 건조기, 손잡이 근처에 모터가 달린 건타입 청소기, 에어컨을 구입했다. 가장 만족도가 높은 제품은 건조기와 청소기. 가사를 분담하는 둘 사이에 “당신이 좀 (빨래를) 널어” “청소 좀 해”와 같은 말다툼이 줄었다. 7년 만에 교체한 대형 TV와 공기청정 기능을 갖춘 에어컨은 집안 분위기를 한층 고급스럽게 바꿔놨다.

김씨 부부가 ‘지른’ 제품들은 올해 가전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대표 상품이다. 국내 가전 판매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폭염, 황사, 미세먼지 등 날씨와 관련된 제품 △가사 노동을 줄여준 제품 △교체 수요가 다가온 프리미엄 제품이 올해 가전시장 호황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건조기·청소기 신시장 ‘폭발’

빨래 건조기와 건타입 청소기 판매는 폭발적이다. 가사 노동 부담을 덜어주는 데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해진 날씨 변수가 수요를 자극해 새 시장이 열렸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하이마트에서 판매된 빨래 건조기는 약 7만 대, 740억원어치에 달한다. 작년(5000대)보다 14배로 급증했다. 빨래를 베란다에 털어 널기 싫어하는 주부들이 100만원 안팎인 건조기 구매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에서도 건조기 판매는 작년보다 103% 증가했다.

작년만 해도 건조기는 LG와 월풀 등 일부 수입제품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올해 LG가 제품 종류를 늘렸고, 삼성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기존 가스식 건조기와 비교해 건조는 더 잘 되고 1회 건조에 전기료도 200~300원에 불과한 히트펌프 방식의 건조기가 인기다. 윤용오 하이마트 상품전략팀장은 “미국에선 세탁기가 100대 팔리면 건조기도 90대 판매된다”며 “국내 시장이 미국처럼 바뀌는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건조기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타입 청소기 시장도 커지고 있다. 다이슨이 주도하던 시장에 올해 LG 삼성이 가세하면서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이마트 청소기 전체 매출 155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이 건타입이다. 주요 백화점의 건타입 청소기 매출도 작년 동기보다 90% 가까이 증가했다.

◆백화점 대형 TV 비중 50% 넘어

국내 TV시장은 지난 6년간 침체기였다.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 전환 관련 수요가 폭발했던 2011년 후 작년까지 5년 연속 매출이 두 자릿수로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는 교체수요가 살아나면서 감소세가 주춤해졌다. 한국보다 앞서 2010년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한 일본 TV시장이 2015년부터 되살아난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특히 55인치 이상 UHD급 제품 위주로 TV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주요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TV 가운데 65인치 이상 대형 TV 비중은 롯데백화점의 경우 작년 45%에서 58%로, 신세계는 30%에서 80%로 늘었다. 하이마트에서도 작년까지 40인치 이하 TV 매출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으나 올해는 20% 수준으로 낮아졌다.

대신 50~60인치대 제품이 주류로 떠올랐다. 3~4년 전만 해도 400만~500만원대였던 가격이 120만~130만원대로 낮아져 ‘가격 저항’이 약해졌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보통 LCD TV 수명을 6~7년으로 본다”며 “2011년 디지털방송 시청을 위해 30인치대 LCD TV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대화면 TV로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프리미엄 TV인 삼성의 QLED, LG의 OLED 제품은 65인치 기준 450만~500만원의 비싼 가격에도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에어컨 2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

에어컨 시장은 2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어진 여름철 폭염 때문이다.

가전 유통업계에선 작년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에어컨 매출이 올해는 감소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인 절전형 제품, 공기청정 기능을 갖춘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사상 최대의 신규 아파트 입주가 이뤄진 것도 에어컨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올 들어 10월까지 하이마트의 에어컨 판매대수는 63만2000대로, 작년 동기보다 10만5000대나 늘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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