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장 '비트코인' 중심 수렴
조만간 제도권으로 들어올 움직임
중앙은행 '통화정책 무력화' 해결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올해 재테크 수익률만 놓고 따질 때 대박이 난 곳은 단연 비트코인이다. 연초 1000달러를 밑돌던 비트코인 가격이 이달 들어서는 7000달러를 넘어 수익률이 600%가 넘는다. 가상화폐 시장도 비트코인 중심으로 질서가 잡히고 있다. 법정화폐 시장의 미국 달러화처럼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비트코인이 중심통화 지위를 굳혀간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반투자자는 두 가지 이유로 비트코인을 외면해 왔다. 하나는 공식화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전적으로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다른 하나는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완전 비탄력적이어서 가상화폐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급등하고, 반대의 경우 가격이 급락해 ‘투자’보다 ‘투기’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초기 호기심에서 관심을 끌었고 곧 사라질 것으로 봤던 비트코인이 이제는 공식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일본이 처음 법정화할 뜻을 비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이 과제를 검토해봐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세계 최대 파생상품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비트코인 선물을 상장하기로 결정했다.

비트코인(가상과 대안화폐 포함)이 확산됨에 따라 통화정책 여건도 급변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종전의 이론과 관행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함에 따라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비트코인 확산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통화정책의 유효성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대목은 크게 일곱 가지다. 첫째, 본원통화의 대체 문제다. 갈수록 본원통화의 상당 부분을 비트코인이 대체해 나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중앙은행 입장에서 보면 본원통화 축소에 따른 화폐발행차익(seigniorage) 감소로 재정 의존도를 심화시켜 독립성이 훼손된다.

둘째, 중앙은행의 금리 조절 능력은 비트코인을 누가 발행하느냐와 어느 단계까지 발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중앙은행 이외 다른 주체가 비트코인을 발행하면 현금 보유 성향 저하로 중앙은행의 금리조절 능력이 약화된다. 최악의 경우 현금통화와 결제성 예금까지 대체하는 단계까지 발전하면 중앙은행의 금리조절 능력은 무력화된다.
셋째, 비트코인 발달로 통화승수와 통화유통속도가 커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통화승수 이론에 따르면 통화량은 본원통화와 통화승수에 의해 결정되고 통화승수는 현금보유비율과 지급준비율에 따라 좌우된다. 이 이론대로라면 비트코인이 현금통화를 대체하면 통화승수는 커지게 된다.

넷째, 통화정책의 전달경로(통화공급 조절→금리 변화→총수요 증감→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조절)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트코인 발달로 경제주체가 금리 변화에 덜 민감해져 통화정책 효과가 떨어지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케네스 로코프 하버드대 교수가 지적한 ‘현금의 저주(cash’s curse)’ 단계까지 이를 경우 통화정책 전달경로는 무력화된다.

다섯째, 통화정책 추진 과정에서 흐트러진 정책수단과 중간조작, 최종목표 간 인과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 중앙은행 입장에서 성장과 물가 간 우선목표를 정하고 이를 위해 금리조작이냐 통화량 변경이냐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추세적으로 물가가 안정된 시대에서는 중앙은행 목표, 통화정책 관할범위, 적정금리 산출방식, 감독 범위도 재설정해야 한다.

여섯째, 비트코인 확산에 따른 새로운 환경에 맞게 새로운 통화지표를 개발해 통화유통속도, 통화승수 등을 정확히 추정해야 한다. 갈수록 가속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비트코인 발행에 대한 규제와 위조지폐 방지 등을 통해 ‘폐지 혹은 무용론’까지 불고 있는 현찰(법화)의 위상도 강화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비트코인을 빨리 법정화해야 한다.

일곱째, 비트코인 발달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예측력을 높이는 과제도 시급하다. 지금처럼 다른 전망기관보다 늦게 그것도 예측력이 월등히 높지 않고서는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 선제적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일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예측모델 재설정, 시계열 일관성 유지 등에 고민이 있어야 한다.

모든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강화돼야 한다. 비트코인 발달에 따라 우려되는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수단을 개발하는 데 밤낮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매너리즘에 빠져 관행대로 통화정책을 추진했다가는 효과는 고사하고 독립성에 손상을 받으면서 ‘중앙은행 축소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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