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밀 엠브레인 전망 '2018 대한민국 트렌드' 한국경제신문 출간

감정 소비하는 타인과의 접촉 NO
자발적으로 혼밥·혼술·나홀로 여행
요리·요가·악기 등 나만을 위해 투자
스마트폰이 친구이자 또 다른 자아
혼자 밥을 먹고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 10년 전만 해도 ‘왕따’라고 했다. 이런 사람들이 급증했다. 몇 년 전부터 ‘혼밥족’ ‘혼술족’이라 불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이들을 칭하는 말에는 측은함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2017년 혼밥족은 진화했다. 스스로 선택해 혼밥 혼술을 하고, 나홀로 여행을 떠난다. 감정을 소비해야 하는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나만을 위해 투자한다. 분신이자 또 다른 자아인 스마트폰과 함께. 이들이 만들어내는 ‘1인체제’. 리서치회사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전망한 《2018 대한민국 트렌드》(한국경제신문 출간)다.

자기주도적 나홀로족의 탄생

한국의 1인가구는 지난해 700만 가구를 넘어섰다. 2019년 1인가구 비중은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를 제치고 가구 비중 1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들이 시장과 사회를 바꾸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엠브레인은 1인체제(개인화된 사회성)를 내년 트렌드의 핵심 단어로 제시했다. 엠브레인이 20~50대 패널 120만 명 가운데 표본을 추출해 조사한 결과다.

이미 시장에서는 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9년 14%였던 ‘커피 전문점에 혼자 간다’는 사람의 비율이 올해 30%로 늘었다. 혼밥을 경험한 사람은 10명 중 7명에 달한다. 또 응답자의 74%가 1인식당을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눈에 띄는 것은 혼밥률이 가구원 수와 관계가 없었다는 점이다. 2인가구 80%, 3인가구 71%가 혼밥을 경험했다.

이유가 중요하다. 어쩔 수 없어서 혼밥을 하는 게 아니라 절반 정도가 ‘타인의 취향에 맞추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엠브레인은 이 대목에서 1인체제를 발견했다. 내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또 다른 개인의 탄생이다. 돈과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한국인들은 감정이 제3의 자산이라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전략으로 나홀로족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부족, 전문가 집단에 대한 불신 등도 1인체제를 만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젊은 세대 10명 중 2명만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은 앞으로 1인체제가 더 공고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한 장면

재미·의미 추구…일일 강좌 유망

이런 자기주도적 개인들이 만드는 1인체제에 유망한 산업은 무엇일까. 엠브레인은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한번 사는 인생)’라는 트렌드와 만날 것으로 내다봤다. 자신이 가치를 두는 소비에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는 응답이 2015년 45.1%에서 2017년 64.4%로 늘어난 것이 근거다. 여기서 욜로는 확장된 형태로, 소유가 아니라 경험하려는 욕구를 뜻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한두 달 자랑으로 끝나는 명품보다 두고두고 얘기할 수 있는 여행을 더 가치있게 여긴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가치소비로는 여행과 외식이 1, 2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악기, 요리, 요가, 피트니스 등이 차지했다. 이들 산업이 1인체제에서 호황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다.

사람들은 또 경험을 통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추구한다. 직장생활에 필요한 ‘개인능력 개발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응답은 감소했지만 순수한 호기심 충족과 경험 확장을 위한 배움에는 무게를 두는 사람이 늘었다. 이런 트렌드의 수혜를 볼 산업으로는 ‘원데이 클래스’ 등을 꼽았다. 하루 가서 악기, 미술, 요리 등을 배우는 것이다. 응답자의 82.2%가 ‘진정한 나를 위한 투자’를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경험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물건을 소유하기보다 사용에 목적을 두기 때문에 자동차 정수기 안마의자 등의 렌털 시장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엠브레인은 내다봤다.

내가 전문가…뉴프로페셔널 시대
이들의 자기주도성은 상품 선택과 서비스에서도 나타난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살 때도 이들은 다른 소비자들의 리뷰를 확인한다. 그 비율이 2014년 46.6%에서 2017년 57.9%로 높아졌다. 리뷰만 믿고 살까. 아니다. 44.2%는 리뷰를 보면 진위도 가릴 수 있다고 응답했다. 결국은 ‘내가 판단한다’는 얘기다. ‘모두가 전문가가 되는 뉴프로페셔널 시대’라고 엠브레인은 표현했다.

여기에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의사 말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는 사람은 24.7%에 달했다. 변호사를 믿지 않는다는 사람(28%)이 믿는다는 사람(17%)보다 많았다. 병원을 갈 때도 내 병에 대해 우선 알아보고 간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나도 너희들만큼 안다”는 새로운 전문가의 등장이다.

이 모든 변화를 가능케 하는 것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타인과의 관계, 전문가에 대한 의지를 대체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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