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연예인 버금가는 우상으로 떠올라
시진핑과 공산당, 기업가정신 육성 나서

강동균 베이징 특파원 kdg@hankyung.com
류칭(柳靑) 회장(40). 중국 최대 차량 공유서비스 기업 디디추싱을 이끌고 있는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중국 정보기술(IT)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류촨즈 레노버 창립자의 딸이기도 하다.

류칭의 삶은 ‘분투(奮鬪)’ 그 자체란 평가를 받는다. 재벌 2세지만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는 대신 자신만의 길을 택했다. 베이징대와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18단계 채용 절차를 통과해 세계 최고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로 취업했다. 최종 면접에서 영화 ‘타이타닉’ 주제곡인 캐나다 유명가수 셀린 디옹의 ‘마이 하트 윌 고 온’까지 부르며 면접관에게 호소한 끝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애널리스트의 삶은 고달팠다. 주말도 없이 매주 100시간 넘게 일했다. 새벽 5시에 퇴근해 두세 시간 눈을 붙인 뒤 오전 9시에 출근했다. 입사 동기 중 절반은 견디지 못하고 그만뒀다. 류칭은 12년을 버텼다. 2012년 악바리 같은 근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골드만삭스 내 아시아국가 출신으론 역대 최연소 상무에 올랐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4년 7월 디디추싱의 전신인 디디다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옮겼다. 연봉이 줄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모험심이 강했다. 이듬해 디디다처가 경쟁업체 콰이디다처와 합병해 디디추싱이 탄생했다. 이 합병을 처음 제안한 사람이 류칭이었다.

지난해 5월 디디추싱은 애플로부터 1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류칭은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애플의 투자를 계기로 강력한 경쟁업체였던 우버차이나의 기를 꺾는 데 성공했다. 결국 우버차이나는 디디추싱에 합병됐다. 류칭은 디디추싱을 기업가치가 500억달러(약 56조원)에 육박하는 회사로 키웠다. 아시아지역 비상장 기업 가운데 가장 몸값이 높다.

최근 중국에선 류칭과 같은 ‘촹얼다이(創二代)’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촹얼다이란 부모의 사업을 잇지 않고 창업을 택한 재벌 2세를 말한다. 부모에게서 막대한 부를 물려받아 호화생활을 하는 ‘푸얼다이(富二代)’와는 대비돼 중국 젊은이들로부터 스타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고 있다. 음식 배달서비스 기업 메이퇀의 창립자 왕싱, 중국 최대 온라인금융 업체인 유리왕의 창업주 런융, 헬스케어 전문기업 다이마를 설립한 차이커, 액정디스플레이 업체 한랑광뎬을 세운 돤류원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촹얼다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에선 촹얼다이는 부모 후광으로 좋은 교육을 받은 데다 인맥도 넓어 출발선부터 다르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들을 시기하는 시선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촹얼다이를 중국 경제의 혁신을 이끄는 주역이라며 치켜세운다. 재벌 2세라면 색안경부터 쓰고 바라보는 한국과는 크게 다른 분위기다.

중국 정부는 최근 촹얼다이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의 기업가정신이 향후 중국 경제의 성패를 결정짓는다는 판단에서다. 공산당이 기업가정신을 장려하는 지침을 만든 데 이어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기업가정신 육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시 주석은 지난달 18일 열린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기업가정신을 불러일으켜 창업과 혁신에 더 많은 사회주체가 나서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한국을 따라잡고 있는 중국이 기업가정신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며 “이러다간 한국 기업의 설자리가 없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베이징 특파원 kd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