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차가 없어 직접 차를 만들었다는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는 생전에 늘 '2+2' 좌석 구조의 스포츠카를 꿈꿔 왔다. 그래서 클래식 비틀 기반의 356을 만들었고, 이는 5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간판모델 911로 이어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은 포르쉐는 SUV 카이엔과 4도어 쿠페라 불리는 파나메라를 선보였다.

파나메라는 2000년대 벤츠 CLS에서 시작된 쿠페형 세단 흐름을 타고 2009년 공개했다. 1세대 911 기반의 세단과, 989 등의 세단 컨셉트가 있긴 했으나 양산형으로 나온 건 처음이었다. 어떻게 보면 쿠페형 세단의 원조는 오랫동안 포르쉐가 갈고 닦아 온 파나메라일 지도 모른다. 그런 파나메라가 세대교체로 제품력을 가다듬고 돌아왔다.


▲디자인
포르쉐는 모든 차종에 곡선을 강조한다. 새 파나메라 역시 이런 정체성을 지니고 있지만 몸매를 더욱 가다듬어 정제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면은 포르쉐 특유의 낮은 후드와 펜더의 양감을 구현했다. 그릴은 다른 브랜드의 얼굴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매트릭스 LED 헤드 램프는 4개의 LED가 4각형을 만들고, 그 가운데 프로젝션 램프가 위치하는 구성이다. 격자형 그릴을 가로지르는 바는 범퍼 양쪽 흡기구와 이어져 낮고 넓어 보인다.

측면은 911을 길게 늘인 자세다. 포르쉐는 911 실루엣을 일컫는 이른바 '플라이라인'을 강조했다고 말한다. 패스트백 루프라인이 더욱 쿠페에 가까워지며 완전한 유선형으로 탈바꿈했다. 펜더엔 캐릭터 라인과 이어지는 구멍을 뚫었고 옆창을 길게 늘려 역동적이다.

후면은 떡 벌어진 어깨 사이의 테일 램프 위치가 올라가면서 엉덩이를 한껏 치켜세웠다. 911과 카이엔의 중간 정도 되는 듯하다. 양쪽의 4포인트 램프와 이를 잇는 검정색 바 그리고 제품명을 새긴 레터링 역시 포르쉐의 새 아이덴티티다. 718 박스터와 카이맨, 신형 카이엔은 물론 내년 공개를 앞둔 신형 911에도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트렁크 리드엔 속도에 따라 반응하는 가변식 리어 스포일러를 숨겨뒀다.









실내는 기하학적 구조로 설계, 곡선 위주의 외관과 대비를 이룬다. 5개 원형을 기본으로 하는 계기판은 중앙의 엔진회전과 속도계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모니터화했다. 속도를 비롯한 주행정보는 물론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등을 표시할 수 있다. 포르쉐의 '변화 아닌 변화'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용자 환경도 대폭 향상시켰다. 조작감 개선을 통해 운전뿐 아니라 보고 만지는 즐거움까지 챙긴 것. 센터페시아엔 12.3인치 터치 스크린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넓은 데다 해상도가 높아 시원해 보인다. 에어컨 제어가 가능한 센터콘솔은 햅틱 기능을 지원하는 패널로 마감했다. 조작과 함께 진동을 발생시켜 직관적이다. 송풍구는 스포츠 크로노 앞쪽과 모니터 아래에 큼지막하게 위치한다.

시트는 세미 버킷 형태로, 급격한 코너링에서 몸을 지지한다. 자세를 쿠페 수준으로 낮출 수 있어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착좌감을 만들어낸다. 그래서인지 머리 공간의 여유는 상당하다. 그러나 헤드레스트는 일체형으로 다소 불편할 수 있다.
뒷좌석은 2명만 앉을 수 있는 독립적인 구조로,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 못지않다. 센터터널엔 디스플레이와 에어컨 컨트롤러 등이 있다. 지붕을 낮췄으나 공간은 여유가 더 생겼다. 휠베이스를 30㎜ 확장하고, 앉는 자세를 낮춘 덕분이다. 시트는 역시 세미 버킷 형태다. 차의 주행감을 뒷좌석에서도 느낄 수 있게 한 배려다. 해치 도어로 여닫는 트렁크 용량은 495ℓ로 깊고 넓다. 뒷좌석(4:2:4)을 모두 접으면 1,304ℓ까지 늘어난다.










▲성능
다운사이징을 거친 V6 2.9ℓ 트윈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 440마력, 최대 56.1㎏·m의 힘을 발휘한다. 0→100㎞/h 도달시간은 4.4초에 끊는다. 터보랙없이 빠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덕에 엔진음을 듣지 않으면 자연흡기로 착각할 수 있다.

변속기는 8단 듀얼클러치 PDK로, 패들 시프터로도 조작 가능하다. 매끄럽게 변속하는 건 물론 수동 모드의 다운 시프트를 통해 엔진회전수를 높여 운전재미를 더할 수도 있다. 주행모드에 따라 성능과 효율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주행 모드는 일반,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그리고 엔진 반응, 차체 높이, 서스펜션 감쇄력을 개별 설정할 수 있는 인디비주얼 등 네 가지를 지원한다. 스티어링 휠의 4시 방향에 위치한 다이얼로 고를 수 있다. 구동계는 4WD이지만 평소에 뒷바퀴에 힘을 더 실어 스포츠카의 주행감을 제공한다.



포르쉐의 핸들링은 제품을 불문하고 항상 기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파나메라 역시 길이 5m, 무게 2t을 웃도는 육중한 몸집이지만 와인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엔 경량화, 고강성을 확보한 MSB 플랫폼도 한 몫 한다. 구형보다 몸놀림이 더 날렵하게 바뀌었다.

차체를 움직이는 기민함은 다양한 보조품목들을 적극 활용했다. 어느덧 고성능차의 필수요소가 된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속도, 선회방향에 따라 최대 2.8도까지 뒷바퀴를 조향할 수 있어 유연한 달리기를 돕는다. 마치 한 급 더 낮은 차로 빠듯하게 돌아나가는 느낌이다. 포르쉐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과 서스펜션 등을 통합 제어하는 4D 섀시 컨트롤을 파나메라에 장착했다. 브레이크 페달은 묵직하게 밟히지만 제동력은 확실하다.


▲총평
새 차는 빠르고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그랜드 투어러인 GT에 더 가까워졌다. 외관의 측면이나 실내의 여러 품목, 주행감각 중 하나를 보더라도 그 변화는 GT를 향해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대형 세단에서 볼 수 없는 역동성을 더 갖췄다는 의미다. 그래서 포르쉐는 파나메라를 '4도어 스포츠카'라 정의한다. 어쩌면 새 파나메라는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스포츠카에 한 걸음 더 다가갔을 지 모른다.

판매가격은 1억7,280만 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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