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못해

업계 "기재부 입장변화 주목"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원전해체연구소를 동남권에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원전해체 시장 규모는 2030년 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시장에서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과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해체에 필요한 기술 58개 중 41개만 확보한 상태로 이는 선진국의 70% 수준이다.

원전해체와 관련한 연구기관을 설립하려던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임기 첫해인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해 ‘원전해체 기술개발 10개년 계획’을 세웠고, 2014년 1473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원전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미래부는 2019년부터 원전해체센터를 가동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이 낮다고 판단돼 설립이 백지화됐다. 기재부는 지난해 6월 원전해체센터의 경제성 분석 수치를 0.26으로 판단했다. 기재부는 통상 경제성 분석 수치가 1보다 높아야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시킨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퇴짜를 놓았던 기재부가 현 정부에서는 어떤 태도를 취할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원전해체센터 설립 주무부처를 과기정통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바꿨다. 원전산업과 관련해 한 부처가 업무를 담당해야 효율적이란 논리였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과기정통부가 기재부의 벽에 막혀 원전해체센터를 세우지 못한 것도 주무부처가 바뀌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산업부는 이른 시일 내에 원전해체센터 설립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길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초 원전해체센터 설립 로드맵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부산 울산 경북 등 8개 지방자치단체가 원전해체센터 유치를 위해 경쟁했다. 문 대통령이 원전해체센터 설립을 공식화함에 따라 이들 지자체가 다시 유치 경쟁을 벌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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