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 걸리는 기업결합신고
중국선 심사 최대 1년 이상 걸려
계약 맺고도 종결 못해 '속앓이'
국내 기업들의 기업 인수합병(M&A) 활동 무대가 글로벌 시장으로 넓어지면서 중국 기업결합신고가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인수기업이나 피인수기업 중 한 곳이라도 중국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경우 중국 경쟁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심사 절차가 최소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는 탓에 거래 종결(클로징)에 영향을 받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형 M&A 중 상당수는 중국 기업결합신고 절차 때문에 거래 종결이 늦춰졌다.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지난 7월 LS그룹과 LS오토모티브 및 동박사업부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지만 종결하지 못했다. 인수 측은 연내를 희망하고 있지만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IB업계 관계자는 “상세 실사까지 모두 마쳤지만 중국 기업결합신고가 남아 있어 종결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SK-LG그룹 간 ‘빅딜’로 꼽힌 SK(주)의 LG실트론 인수 역시 올해 초 계약을 맺었지만 3분기가 돼서야 거래가 종결됐다. 또 다국적기업인 유니레버의 국내 화장품업체 카버코리아 인수도 중국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어 클로징까지는 해를 넘겨야 할 전망이다.

이른바 크로스보더(국경 간) M&A에서 진출해 있는 국가들의 경쟁 제한 심사를 받는 건 국제법상 당연한 절차다. 문제는 시간이다. 큰 독과점 이슈가 없으면 미국이나 유럽 국가 등은 1개월 정도면 심사가 끝나는 사례가 많지만 중국은 최소 3~6개월이 소요된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 별 영향이 없는 거래인데도 이유 없이 차일피일 심사를 미루기도 한다”며 “거래를 빨리 종결해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답답한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기업결합신고를 전문으로 하는 로펌에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자문료를 주고 빠른 처리를 부탁해야 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국내 기업들의 급한 사정을 아는 중국 로펌들이 소위 ‘급행료’를 계속 올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며 “억울하지만 빠른 종결을 위해 현지 로펌들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