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스타벅스·이케아·유니클로 '승승장구'…"국내 기업 역차별"
정부, 가구 등 대규모 전문점 규제 검토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규제 무풍지대'에 놓인 외국계 기업들이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각종 규제에 손발이 묶여 주춤한 사이 다이소, 스타벅스, 이케아, 유니클로 등 한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이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있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다.

정부도 역차별 논란과 골목상권 피해를 고려해 가구, 전자제품, 식자재 등 대규모 전문점이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규제 필요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생활용품 판매업체인 다이소 등은 전문매장으로 분류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경기 고양시에 국내 2호점을 개장한 이케아는 역차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국내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은 유통산업발전법상 규제 대상이거나 규제 대상이 될 예정이어서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하지만 전문매장으로 분류되는 이케아는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적잖은 전문가들은 이케아가 가구전문매장으로 분류돼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19일 개장한 이케아 고양점은 가구만 파는 게 아니라 가공식품, 침구류, 식기류, 욕실용품 등 판매 품목이 매우 다양하다.

쇼핑객 편의를 위해 레스토랑도 운영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케아가 가구만 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패션과 신선식품만 없을 뿐이지 취급하는 품목이 대형마트와 거의 유사하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최근 정부의 복합쇼핑몰 규제 방침도 관련해 "이케아 역시 쉬어야 한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케아 고양점 개장식에는 생계에 위협을 느낀 인근 가구단지 영세상인 30여 명이 몰려와 '이케아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고양가구단지의 한 상인은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이케아가 고양에 문을 열면 인근 영세 가구상인들은 생계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인 생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점포 수를 늘려가며 매출 2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둔 일본계 생활용품 유통업체 다이소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한국 내 점포를 1천190개까지 확장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다이소는 일본의 균일가 상품 유통회사인 다이소(大倉)산업이 34.21%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다.

샐러리맨 출신의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대표가 일본 100엔 숍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한 다이소는 청소·세탁용품, 주방용품, 욕실용품, 미용·화장용품, 인테리어 용품, 문구·완구 등 3만 여종의 생활용품을 1천∼5천 원에 판매한다.

다이소는 불황형 사업모델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매년 우후죽순처럼 점포가 늘고 있지만 이른바 전문매장으로 분류돼 관련 법상 아무런 출점 규제도 받지 않는다.

대부분 영세 규모인 문구업계는 다이소 때문에 매출이 하락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최근 다이소에 대한 규제를 정부에 건의하고 나섰다.

문구업계 관계자는 "다이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문구소매업까지 확장해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생활용품 판매장임에도 문구를 이렇게 많이 취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 시장 진출 17년 만에 매출이 1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스타벅스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 신세계 이마트의 5대5 합작법인인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대부분 가맹점 체제인 국내 커피전문점들과 달리 모든 점포가 직영점이어서 아무런 출점 규제를 받지 않는다.

커피전문점에 대한 출점 규제는 가맹사업거래 관련법상 출점 제한 대상인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들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8월 말 기준 점포 수가 1천80개인 스타벅스는 원하는 지역에 자유롭게 출점을 할 수가 있어 곳곳에서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2004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뒤 큰 인기를 끌며 9월 말 현재 전국에 180개까지 점포를 확장한 일본계 의류전문점 유니클로도 출점 제한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1조1천822억 원의 매출을 국내 시장에서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를 위한 기부는 단 한 푼도 하지 않아 구설에 올랐다.

제빵업계에서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국내 업체들이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으로 발이 묶여있는 사이 프랑스계 빵집인 곤트란쉐리에와 브리오슈도레 등이 점포 수를 급속히 확장하며 골목상권을 파고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강화되는 정부의 유통규제 정책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손발이 묶여있는 사이 '규제 사각지대'인 외국계 기업들이 골목상권을 잠식하며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며 "한국땅에서 한국 기업이 역차별을 받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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