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20만명 모여
가을날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야외광장과 석촌호수 주변에는 커피향과 음악이 흘러넘쳤다. 다시 꿈을 얘기하자는 강연자의 말에 젊은이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다독였다. 키썸, 긱스의 공연 때는 음악에 몸을 맡기고 ‘오늘’을 즐겼다. 젊은이들만이 아니었다. 막 걷기 시작한 아이, 노년의 부부, 가족들도 행사장을 찾았다. 나이도, 남녀도, 세대도 없었다. ‘커피’를 주제로 만난 이들은 스스로 축제를 완성했다. ‘청춘, 2017 커피 페스티벌’은 진한 커피향을 남기고 21, 22일 이틀간의 일정을 마쳤다.

(1) 22일 오후 ‘청춘, 2017 커피 페스티벌’ 커피스테이지에서 인디밴드 마틴스미스가 노래하고 있다. 이날 강풍이 불었지만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면서 가을 소풍을 나온 아이들도 함께 축제를 즐겼다.

#1. 축제를 통한 만남 "어느 커피가 맛있어요?" 대형 브랜드와 소규모 카페 多 모였네

커피 페스티벌에는 수많은 만남이 있었다. 지난 21일 김갑수 시인의 ‘우리는 멋지기 위해서 산다’ 강연에는 젊은이, 노년의 부부,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 휴가 나온 군인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제임스 리 화천커피박물관장이 세계 20여 개국을 다니며 30여 년간 수집한 커피 유물은 축제를 통해 현재와 만났다. 첨단 에스프레소 기기에 익숙한 관람객들은 1900년대 초반 쓰던 낡은 수동식 커피 로스터와 그라인더 등을 보며 감탄했다. 대형 커피 브랜드와 소규모 로스팅 카페와의 만남도 이뤄졌다. 스타벅스, 이디야커피, 폴바셋, 엔제리너스, 투썸플레이스, 쟈뎅, 일리커피, 동서식품, 남양유업, 배스킨라빈스 등 전문 브랜드는 커피 트럭과 자체 부스를 마련해 소비자와 만났다. 행사장을 찾은 김근우 씨(34)는 “온갖 커피를 한번에 비교할 기회였다”고 말했다. 소규모 로스팅 카페와 원두유통사 부스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1킬로커피와 세컨스텝, 박이추 보헤미안커피 등에는 원두를 사려는 사람들로 하루 종일 긴 줄이 이어졌다.

(2) ‘어른이 된다는 것’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장강명 작가.

#2. 위로 "꿈쟁이는 조건을 탓하지 않는다"

커피를 통해 꿈과 미래를 말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농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록야의 권민수 대표는 21일 강연에서 “35년 전 삼성전자도 작은 회사에 불과했다. 나는 농업으로 초일류 기업을 일구는 꿈을 꾸고 있다”고 했다. 청년들에게 창의적 도전을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청춘들이 많이 읽는 책을 쓴 작가들의 강의도 이어졌다. 김수영 작가는 “꿈쟁이는 조건 탓을 하지 않으니 지금 이 순간 당장 신발끈을 묶으라”고 했다. “나는 가난한 환경, 매일 싸우는 부모님, 학교에서의 왕따 등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어 다 포기하고 싶을 때 작은 꿈 하나로 인생을 바꾸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댓글부대》 등을 쓴 장강명 작가는 “내 삶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작은 노력과 작은 보상이 반복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한다”며 거창한 일 대신 하루하루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권했다.

페스티벌 기간 무대에서 가장 많이 들린 또 다른 단어는 ‘위로’였다. 인디밴드 주주연가는 “우리처럼 자취하는 20대 청춘들이 와 있다면 마치 집에 온 것처럼 따뜻한 위로를 받길 바란다”며 로이 킴의 ‘홈’을 들려줬다.

싱어송라이터 스텔라 장도 무대에서 “커피와 음악으로 위로받고 오늘은 즐기는 주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위로, 휴식, 활력은 커피페스티벌의 주제이기도 했다.

(3) 래퍼 키썸이 관객들 앞에서 노래하고 있다.

#3. 지식 핸드드립·라테아트 배웠어요

즐기기만 한 페스티벌은 아니었다. 각종 전시와 전문가들의 강연 등을 통해 커피의 세계를 더 깊이 알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드리밍 바리스타’ 부스에서는 전문가들의 커피 체험 강연이 이어졌다. 김길진 커피랩 대표의 ‘스페셜티 커피’, 김지훈 바리스타의 ‘라테아트’, 이정기 다동커피 대표의 ‘한국식 커피와 우리차’ 등에는 커피 마니아들이 몰려들었다. 이용구 한국커피교육센터 센터장의 ‘에스프레소 체험’, 이영민 CSBC 대표의 ‘스페셜티 브루잉’ 등은 15~20명 정원으로 사전 신청을 받아 진행됐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영미 씨(47)는 “평소 핸드드립을 즐기는데 올바른 커피 추출법이 늘 헷갈렸다”며 “직접 배우고 해보니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구대회커피 대표와 5년간 커피 여행을 다닌 이담 작가가 출연한 ‘어쩌다 커피’ 토크쇼에서는 커피 여행기와 커피산업 바로 알기, 커피 창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등이 쏟아졌다.

#4. 풍성한 선물 "청커페, 청커페!" 뜨거웠던 돌발 퀴즈

(4) 커피업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젊은이들.

향긋한 커피를 찾아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예상하지 못한 돌발퀴즈, 스탬프투어 이벤트 등에 참여해 받은 소소한 선물에 즐거워했다. 핼러윈을 앞두고 열린 좀비 이벤트에 기겁을 하면서도 즐거워하는 여성들, 행사장에서 동창회를 연 40대 아주머니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자체적으로 경품행사를 한 스타벅스와 이디야에는 70여 명이 줄을 서기도 했다.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이벤트는 스테이지에서 예고 없이 이뤄진 돌발퀴즈다. 40~50대 아주머니와 10대 고등학생 할 것 없이 구호 ‘청커페(청춘, 2017 커피 페스티벌의 줄임말)’를 외치며 두 손을 번쩍 들거나 자리에서 점프를 했다. 경품 추천의 하이라이트는 매일 총 두 번의 추첨을 통해 증정한 150만원 상당의 베트남 다낭 여행상품권이었다. 고등학생 김성호 군(18)은 “친구들과 하루 종일 놀면서 스탬프투어 미션을 완료하고 강연 몇 개, 이디야 부스 행사 등에 참여해 선물을 여섯 개나 받았다”며 “다낭까지 못 가 아쉽다”고 했다.

목공예와 1분 초상화 등 청년 가게들이 함께한 커피라이프 아트마켓도 북적였다. 가져온 제품이 일찌감치 다 팔린 부스도 있었고, 1분 초상화 코너에선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늘어선 줄을 하루 종일 볼 수 있었다.

‘청춘, 2017 커피 페스티벌’은 관람객 수와 커피시음량 등에서도 기록을 남겼다. 이틀간 커피 페스티벌을 즐긴 관람객 수는 20만 명에 달했다. 페스티벌 효과 등으로 롯데월드몰 전체 관람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21일 하루 기준) 증가했다. 총 8개 이벤트에 참여해 도장 8개를 받아오면 선물을 주는 스템프투어에 참여한 관람객만 4000명에 달했다.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등 대형 커피점 브랜드뿐 아니라 1킬로커피 세컨스텝 등 작은 업체들까지 참여해 76곳에 달하는 커피 업체가 함께하는 이례적인 풍경도 볼 수 있었다. 이틀간 판매 물량을 제외하고 시음된 커피만 3만 잔에 달했다. 이디야는 매장당 하루평균 판매량의 5배가 시음됐고, 스타벅스는 준비한 물량(하루 600잔)이 적어 줄 서 있는 관람객을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뺐다.

김보라/이유정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알립니다 22일 예상치 못한 강풍으로 안전사고를 우려해 일부 커피 시음행사를 조기 중단했습니다. 관람객 여러분과 참여 기업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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