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 터콰이즈 박린준 대표(사진)는 지난해 서울패션위크에서 데뷔한 25살 신진 디자이너다. 사진= 페일 터콰이즈 제공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젊은이들이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템 선정부터 창업 실패에 따른 리스크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죠. 한경닷컴이 새롭게 선보이는 [조아라의 청춘극장]은 성공한 젊은 창업가들의 실전 스토리를 담아내는 기획인터뷰입니다. 이들의 좌충우돌 도전기가 예비창업가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어릴 때부터 꿈이 디자이너였습니다. 초록색을 좋아해 머리도 초록색으로 염색하고 같은 색의 서클 렌즈를 낄 정도였죠. 고향인 제주도 바다색을 담은 페일 터콰이즈(Pale Turquoise)란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지난 19일 서울 동대문에서 만난 페일 터콰이즈 박린준 대표(사진)는 지난해 서울패션위크에서 데뷔한 25살 신진 디자이너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박 대표는 유난히 초록색을 좋아했다.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6년 전 서울로 올라온 그는 고향을 모티브로 '창백한 청록색'이란 뜻이 담긴 페일 터콰이즈를 론칭했다.

페일 터콰이즈는 동물 박제 등 비윤리적 패션을 배제하는 에코 럭셔리(ECO-LUXURY) 콘셉트를 잡았다. 해양 생물 무늬와 옅은 옥색을 결합한 디자인으로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패션위크에서도 독특한 거북이 표피 무늬 가방과 옥색 퍼(털모피)였다. 데뷔 후 영국, 중국 등 국내외 패션업계 관계자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블랙핑크, 샤이니, 엄정화에 이르기까지 유명 연예인들 의상을 협찬할 만큼 인정받고 있다.

"처음에는 제주 패션 커뮤니티를 운영했었어요. DSLR 카메라를 들고 제주도 사진을 찍어 올리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제주시청 허가를 얻어 플리마켓(벼룩시장)을 개최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꾸준히 패션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습니다. 제가 지금도 좀 특이하죠? 예전에는 지금보다 더했어요. '화성인 바이러스'란 프로그램에서도 연락 올 정도였죠(웃음)."

해양생물과 옅은 옥색을 결합해 패션 잡화를 디자인해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페일 터콰이즈 제공

페일 터콰이즈의 주고객은 젊은 감성의 20~30대 여성들이다. 올해 여름 영국계 폰 케이스 제조 전문기업 '케이스 스테이션'과의 콜라보(협업)로 폰 케이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 패션업계에서 러브콜이 많이 들어와요. 베이징, 청두, 상하이, 원저우, 광저우 등에 다녀왔습니다. 이달 초에도 중국 광저우 패션협회 초청으로 현지 패션위크에 참석했습니다. 중국 의류 생산업체와 판권 계약도 맺었어요."

그는 이달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패션위크에서 2018년 S/S(Spring & Summer) 컬렉션을 선보였다. 페일 터콰이즈 제품을 눈여겨 본 중국의 한 의류 생산업체는 합작 브랜드를 만들자는 제의도 해왔다. 수억 원대 연봉과 아파트를 제공하고 브랜드를 통째로 사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10월 열린 중국 광저우 패션위크. 2018년 S/S컬렉션을 선보인 페일 터콰이즈. / 사진=페일 터콰이즈 제공.

"빨간색이나 황금색을 좋아한다고 알려진 중국 사람들이 비취색이나 옥색도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콘셉트도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레쉬가드 드레스 제품이 베스트셀러였습니다. 구김이 적고 세탁 후 관리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어 인기를 끌었어요."

주목받는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그가 서울직업전문학교 학생이던 시절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의 부도로 갑자기 집안 형편이 나빠졌다. 자취하던 박 대표는 매일 쪽잠을 자면서 밤샘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장의 생활비뿐 아니라 의류 작업에 들어갈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군대에 다녀온 뒤에는 직접 디자인한 셔츠를 팔기 시작했다. 자본금 마련을 위해 디자인한 '가시고기 맨투맨'과 에코백은 한 주도 채 안 돼 초도 물량 200개가 완판됐다. 판매 대금은 종잣돈이 됐다.

그는 지금도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4시간 내외다. 우선 내년 3월을 목표로 계약한 중국 업체와 합작 브랜드 PALETQS를 낼 계획으로 잠을 줄여가며 중국어 공부에도 힘 쏟고 있다고 귀띔했다.

내년 3월 중국 업체와 합작 브랜드 PALETQS를 낼 계획인 박린준 대표. 최근 중국어 공부에 관심을 두고 있다. / 사진=페이터콰이즈 제공

"브랜드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중국 시장에 맞는 브랜드를 구상 중입니다. 지금은 간단한 회화를 하는 수준이지만 자유자재로 소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어요. 화려함을 추구하는 중국 시장과 통하는 면이 있다고 판단해 앞으로도 중국 비즈니스를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사업 다각화를 꿈꾸고 있다. 패션 브랜드만으로는 포화 시장에서의 생존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브랜드 이미지에 맞춰 생수 사업 진출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어느 업계든 그렇겠지만 결국 부지런하면서 열정 있는 사람들이 성공하고 살아남더군요. 능력 있는 사람도 한계 상황에 부딪치면 포기하는 경우도 많이 봤죠. 하루하루 제 꿈을 향해 치열하게 싸워나가는 게 지금 저의 목표입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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