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상훈 사장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이상훈 한솔제지 사장(64)은 서울대 공대 화공과를 나와 세계 최대 종합화학회사인 바스프(BASF)에서 29년 동안 근무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독일 본사에서 유럽 마케팅담당 임원을 맡기도 했다. 아시아인으로 바스프 본사 임원을 맡은 것은 그가 최초다. 글로벌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이유다. 2012년 8월부터 한솔제지 사장을 맡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키워드는 ‘글로벌화’와 ‘선택 및 집중’이다. 그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만났다.

▶지난달 하순 벨기에 브뤼셀 ‘라벨엑스포’에 다녀오셨지요.

“라벨엑스포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라벨산업 전시회입니다. 올해 전시회는 679개 회사가 참가하고 3만7724명(작년보다 5.6% 증가)이 방문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습니다.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라벨산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솔제지는 2014년부터 매년 라벨엑스포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네 번째이지요. 유럽의 라벨산업은 작년보다 5% 이상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는 태국에서도 처음 라벨엑스포가 열립니다. 그만큼 라벨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죠.”

▶이번 엑스포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 ‘친환경’과 ‘디지털을 포함한 자동화’라는 트렌드가 두드러졌습니다. 물이 필요없는(water-free) 인쇄기,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동화 설비, 다양한 디지털 기기 전시가 주목받았습니다. 소재 분야에서는 재활용 원료를 사용한 친환경제품, 친환경 약품 등 다양한 신제품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솔제지는 꾸준히 발전하는 라벨을 포함한 감열지 분야에서 최고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규 투자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산업 트렌드를 반영한 신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솔제지 대표로 취임한 지 5년이 넘었습니다. 어떤 면에 경영의 중점을 뒀습니까.

“2012년 8월 대표로 취임했으니 만 5년이 지났네요.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의 역량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제지업은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라 사양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 한솔제지는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성장을 이룰 저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임직원이 있는 회사입니다. 전자책이나 태블릿PC의 등장으로 기존의 출판과 사무용지 등 전통적인 제지 시장은 줄었지만 차별화된 제품과 생산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을 확보했습니다. 또 ‘업의 본질’을 바꿔 종이가 또 하나의 소재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종이 소재의 가치 창출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이를 통해 인쇄용지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판지, 감열지, 팬시지, 특수지 등 성장시장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감열지 판매전략과 연계해 최대 수익 확보에 집중했습니다. 앞으로도 종이소재를 기반으로 패키징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하이테크 제품 개발에 집중해 제지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3·3·3 성장전략’을 주창하고 있습니다.

“한솔제지는 국내 유일의 종합제지회사에서 이를 넘어선 글로벌 제지회사로 10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중장기 비전 ‘3·3·3 성장전략’을 2015년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했습니다. 2020년까지 한솔그룹 내 한솔제지를 포함한 제지 사업군 매출은 3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 전 제품 중 신제품 비중은 30%까지 끌어 올린다는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20 제지회사’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인 경영 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습니까.

“우선 인쇄 소재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부가가치가 높은 특수지 소재와 성장성이 유망한 패키징 소재 위주로 재편할 예정입니다. 특수소재 부문에선 2018년 말까지 투자를 통해 주력제품인 감열지 생산 규모를 세계 1위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그동안 국내 판매에 집중했던 고급 팬시지와 전사용지 등은 2016년 특수소재수출 사업부를 신설해 수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패키징 소재 부문은 기존 일반 포장상자용 판지뿐만 아니라 올해에는 휴대폰, 화장품 등 소형 고가 제품의 가치를 극대화해줄 수 있는 고급 포장 소재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가 본격적으로 태동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동남아 시장을 목표로 패키징 사업 강화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절연소재의 아라미드지, 인테리어 소재의 부직포벽지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능성 중심의 고특수소재를 연구개발하고 투자를 더 확대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차세대 천연소재로 잠재력이 높은 ‘나노-셀룰로오스’와 같은 소재 개발에도 회사의 역량을 집중할 예정입니다.”

▶특히 감열지 분야 투자가 많은데 이유가 있습니까.

“전통적인 정보전달의 매체로 사용되던 인쇄용지는 IT 발전으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면 열에 반응해 인쇄가 되는 감열지는 영수증, 상점 및 기관의 대기표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매년 약 4%씩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분야입니다. 현재 인쇄용지를 생산 중인 신탄진공장에 약 500억원을 투자해 2018년 말까지 설비를 개조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인쇄용지와 감열지를 탄력적으로 병행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겁니다. 이번 투자로 신탄진은 감열지를 단일 생산할 경우 연간 약 13만t을 제조할 수 있어 기존 장항공장과 천안공장의 감열지 생산능력을 합하면 연간 31만t의 감열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일본의 왕자제지와 독일의 쾰러사를 제치고 명실상부한 세계 1위의 감열지 회사로 도약하게 될 겁니다. 특히 신탄진 투자를 기점으로 내열성이 우수하고 보존성이 뛰어난 특수감열지 생산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수감열지는 제품에 부착돼 제품의 정보를 표시하는 라벨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존 영수증 용도 중심에서 성장성이 매우 우수한 라벨까지 수요처를 확대할 수 있게 돼 투자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해외 기업도 잇따라 인수했습니다.

“유럽 감열지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2013년부터 인수한 유럽 넘버원 감열지 가공업체 ‘샤데스’와 ‘R+S’의 안정화에 집중하면서 점진적인 성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 인수한 네덜란드 최대 라벨 가공회사 텔롤을 주축으로 한 라벨사업은 종이 기반의 소재 외에도 필름 등 다양한 소재 생산에 단계적으로 나설 예정입니다. 해당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 회사의 추가 인수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감열지가 왜 부가가치가 높은가요.

“감열지는 열을 받아 발색하는 종이로 시장 규모가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4%씩 성장하고 있으며, 크게 세 가지 시장으로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 영수증으로 쓰는 포스(POS: point of sale), 제품 표면에 부착해 정보를 제공하는 라벨, 비행기나 영화관 등에서 사용하는 티켓입니다. 가장 수요가 많은 시장은 POS로 전체 감열지의 약 63%를 차지합니다. 한솔은 2013년 장항공장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단일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감열지 생산 설비를 보유했습니다. 라벨은 총 감열지 수요의 약 30%를 차지합니다. 유리병이나 식품의 포장에 부착된 바코드 라벨 혹은 택배 배송지 등의 정보가 포함된 라벨 등 일상생활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제품입니다. 라벨 제품은 POS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식품용 라벨처럼 차갑거나 뜨거운 제품에 사용되는 환경과 택배용 라벨처럼 물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외부요인 등을 감안해 라벨에 인쇄된 정보가 손상되지 않도록 추가적인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티켓은 전체 시장의 약 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비행기 탑승이나 영화관 등에서 사용됩니다. 특히 티켓 특성상 보관 시간이 길고 정보의 보존성이 높은 수준으로 요구돼 가장 고가에 팔립니다. 일반적으로 감열지 시장은 소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비례해 증가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해외시장에 관심이 많은데 한솔제지의 글로벌 전략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입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해외 진출이 필수적입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우리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정보를 반영한 ‘시장지도(market map)’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장지도에는 고객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한솔제지의 현재 수준, 놓치고 있는 시장과 진입해야 하는 시장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각각의 시장에서 제품별로 고객이 속한 산업, 고객의 소비 특성을 반영한 경영 현황을 파악하고 경쟁역량, 목표수준을 설정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활용합니다. 특히 글로벌 시장 동향과 지역별 트렌드, 제품 수요변화 트렌드 등을 파악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하는 전략 방향과 실행방안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상훈 사장은

△1952년생 △서울고 졸업 △1975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1987년 서강대 경영대학원 석사 △1978년 한국바스프 전신(chem Vertrieb) 입사 △2000년 한국바스프 화학 및 무역사업부문장(사장) △2001년 독일 BASF 유럽 마케팅담당 임원 △2003년 한국바스프 화학 및 퍼포먼스 제품부문 사장 △2010년 태광산업 사장 △2012년 8월 한솔제지 대표이사 사장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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