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맨델 < 미국 진보정책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 >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회의론자들은 경제 불평등을 포함해 거의 모든 것에 관해 기술을 비난해왔다. ‘승자 독식(winner-take -all)’ 디지털 경제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부를 집중시켰고, 대부분 미국인은 뒤처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같은 반(反)기술적 언급은 실상을 놓치고 있다.

20세기 대부분 기간에 산업화는 생산성이 낮은 농업 부문 일자리를 생산성이 높은 제조업 일자리로 전환해 일반 미국인의 소득을 향상시켰다. 오늘날 디지털화는 수십만 개의 새로운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소득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자상거래를 보자. 오늘날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일하는 대부분 근로자는 1980년대 전임자가 했던 것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그들의 실질 임금은 거의 변화가 없다. 2016년 소매업에 종사하는 비관리직 근로자의 평균 주급은 1987년 소매업 근로자의 소득(물가를 감안한 2016년 달러가치 기준)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반면 전자상거래 물류센터에서 매일 업무를 수행하는 남성과 여성은 정보기술(IT)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생산성이 더 높고 수입도 더 많다. 우리의 조사에 따르면 물류센터의 주당 임금이 같은 지역의 오프라인 소매점보다 평균 3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상거래 업체의 물류센터가 대졸 출신 프로그래머를 고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신 이들 업무 종사자는 신체적 기술과 인지적 기술을 혼합해 사용한다. 더 좋은 것은 이들에게는 적절한 임금을 지급하고, 고교 교육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자리들은 소득 격차를 좁힐 수 있다.

전자상거래는 창출한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사라지게 했을까. 지금까지 대답은 ‘아니오’인 것 같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싱크탱크가 노동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3분기부터 2017년 3분기까지 오프라인 소매업의 정규직 근로자 수는 약 12만3000명(약 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자상거래 산업은 물류센터 및 온라인 쇼핑몰에서 약 17만8000개의 일자리를 늘렸다. 또한 고속 배송회사 및 지역 택배업체들이 상근직 근로자를 추가로 5만8000명 늘렸다.

미국인들은 1주일에 12억시간을 쇼핑몰까지 운전하고, 주차 공간을 찾고, 쇼핑몰을 돌아다니고, 계산하고, 집까지 운전하는 데 쓴다. 이런 무급 노동을 생각해 보라. 2007년 이후 주당 약 6400만시간의 ‘보상받지 못한 시간’이 고객을 위해 제품을 가져와 포장하는 물류센터 직원과 트럭 운전자들에게로 옮겨갔다.

자동화는 어떤가. 물류센터 직원들은 로봇이 그 자리를 대체할 때까지만 있는 것은 아닌가? 월마트, 타깃과 같은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전자상거래 역량을 키우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전자상거래 고용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물류센터의 자동화가 확대되면 많은 소비재의 최종 구매가격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유통 비용이 낮아질 것이다. 이는 가격을 낮춰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개별 품목을 저렴하게 분류하고 배달하는 능력이 제조의 경제성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지금까지는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운송, 유통하는 것이 훨씬 저렴했다. 미국에 여전히 대형 상점이 가득 찬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개별 품목을 저렴하게 분류해 배달하면 소규모 생산 또는 맞춤형 제조의 경제성이 더욱 매력적으로 변할 것이다. 사람들은 구매한 물건을 빨리 받기 원하기 때문에 소규모 작업 및 맞춤형 제조업체는 최종 소비자와 훨씬 더 가까워질 것이다.

전자상거래 물류센터의 성장은 회선 교환 방식 전화망에서 패킷 교환 방식의 인터넷으로 전환하는 것과 같다. 인터넷은 전화망보다 훨씬 더 많은 처리 능력을 필요로 하지만 더 저렴하고 유연하다. 그래서 매년 수많은 응용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새로 나온다. 상품 인터넷(Internet of Goods: 실물 제품의 생산, 분류 및 이동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화를 뜻하는 용어)은 인터넷 발전에서 중요한 다음 단계가 될 것이다.
전자상거래 사례를 봤을 때 상품 인터넷을 위해 창출된 일자리는 20세기 초 산업 일자리와 마찬가지로 신체적 그리고 인지적 기술이 잘 결합된 근로자를 필요로 할 것이다. 또한 그들은 미국 전역으로 고르게 퍼져나가 중심지는 물론 해안 지역까지 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모든 주와 지역이 똑같이 번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혜택은 기술 기반 산업, 현지 기업의 자본 가용성 및 규제 환경 등에 현지 인력이 적응하기 위해 얼마나 잘 준비돼 있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 산업들처럼 상품 인터넷은 수입과 기회 측면에서 더 균형 있는 분배를 가져올 것이다.

The Wall Street Journal 한경 독점 제휴

원제=Get Ready for the Internet of Goods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마이클 맨델 < 미국 진보정책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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