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

'영수증 종이'감열지 강자

감열지 생산능력 세계 1위 눈앞
연산 31만t… 독일·일본 제쳐
생산량 90% 이상 수출 추진
유럽 가공·유통업체 3곳 인수도

후대를 위한'녹색경영'

1966년부터 꾸준히 조림사업
설비 투자로 폐기물 재활용률 ↑
2015년부터 해양폐기물 '0' 달성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면 ‘영수증’을 출력해준다. 화장품 등 대부분 공산품에는 ‘레이블(상표)’이 붙어 있다. 영화를 보러 가면 ‘티켓’을 프린트해서 건네준다. 영수증과 레이블, 티켓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감열지(thermal paper)’라는 점이다.

감열지는 화학 물질을 표면에 발라 열을 가하면 색이 나타나는 종이다. 이 종이의 특징은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인쇄용지에 비해 50%가량 가격이 비싸다.

고부가가치 제품에 과감한 투자

한솔제지는 내년 하반기 감열지 생산능력 면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선다. 국내 제지업 역사상 세계 1등에 등극하는 것은 처음이다. ‘고부가가치 지종(紙種)으로의 전환을 추진한다’는 전략에 따라 한솔제지는 국내 생산라인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이상훈 한솔제지 사장은 “내년 가을엔 감열지 생산능력이 연산 31만t에 달해 경쟁사인 독일과 일본 업체(25만~26만t 수준)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생산라인에만 투자하는 게 아니다. 외국에서의 판로 개척을 위해 가공 및 유통업체도 속속 인수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감열지는 원통형으로 감겨져 나오는데 개당 수십t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제품이다. 이를 팔려면 고객에게 맞춰 작게 자르고 재포장해야 한다. 때로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뒷면에 미리 인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솔제지는 유럽의 감열지 가공 및 유통회사 3곳을 최근 인수했다.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교두보 확보 전략이다. 유럽은 세계 시장의 35%를 차지한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한솔제지는 감열지 생산량의 90%를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창립 52주년 국내 대표 종합 제지사

한솔제지가 창립 반세기를 넘어서며 새로운 도약에 나서고 있다. 한솔제지는 1965년 새한제지를 인수해 설립한 삼성그룹의 전주제지가 그 모체다. 1991년 삼성그룹에서 분사해 1992년 한솔제지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5년에는 지주회사 체제 출범을 선언했다.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혁신을 바탕으로 현재 연간 약 200만t의 인쇄용지, 산업용 판지, 기능지 및 팬시지, 감열지 등 다양한 종이 소재를 생산하는 종합 제지회사로 성장했다.

한솔제지는 시장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예측하고 그에 맞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효과적으로 구축해왔다. 화장품, 전자제품 등의 고급 포장재로 쓰이는 백판지 분야 사업 확대와 감열지를 중심으로 한 특수지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게 그 예다.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를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는 생산 제품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이상훈 사장은 “수출 국가만 120여 개국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수출국은 미국, 일본, 유럽은 물론 벨라루스, 조지아, 모리셔스, 키프로스도 들어 있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산 종이가 쓰이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9월25일 열린 52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을 거듭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종합 제지회사로 성장했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고객과 함께 지속 성장하는 것을 우리의 사명으로 삼고 실천하자”고 말했다.

이 사장은 “글로벌 제지회사로서 성장과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후대에 자랑스러운 제지회사가 돼야 한다”며 “녹색경영 활동과 조직문화 개선, 공급사 상생, 지역사회 후원 등의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톱20위권 친환경 기업 목표

한솔제지는 녹색경영의 일환으로 1966년부터 지속적인 조림사업을 추진하면서 전국 약 1만4000㏊(1억4000만㎡) 규모에 나무를 심고 관리하고 있다. 전사 에너지위원회를 구성해 중장기 에너지 계획을 수립하고 절감활동을 수행하는 등 친환경 경영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2013년 한솔제지는 해양폐기물 배출 제로화를 달성하기 위해 종이를 생산하고 남은 잔여물이 폐수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건조 설비를 구축했다. 자원순환을 위해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대체 방안을 적용해 폐기물 재활용률을 93%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2015년 5월부터 해양폐기물 배출 제로화를 달성했다.

한솔제지는 2015년 ‘글로벌 톱20 제지회사’로의 도약을 천명하면서 ‘비전 2020’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앞으로 ‘100년 기업’으로 가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강화하고 △해외 거점을 활용한 성장사업 비중을 확대하며 △종이 소재 기반의 하이테크 제품 개발을 지속하는 전략과제를 수립했다. 연구개발을 비롯한 투자 확대를 통해 전체 매출의 30%를 신규 사업으로 달성하고, 특수지 부문의 신제품 판매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기업 발전을 위해선 연구개발 역량 강화뿐 아니라 조직 구성원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긍정과 열정의 조직문화, 건강한 소통이 자리매김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환경에 직면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라며 “한솔제지의 차별화된 역량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제지회사를 넘어서 종이 소재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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