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공정거래위 국감

국감증인실명제 도입으로 호출 기업인 수 11명8명
일부 증인에만 질문 집중…나머지는 두 시간 넘게 '침묵'

보다 못한 이진복 위원장
"한마디라도 질의 좀 하세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가운데)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 김 위원장, 김재중 한국소비자원 원장 직무대행.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기업인 윽박지르기’로 악명이 높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가 19일 국회에서 열렸다. 호출된 기업인 증인은 8명으로 전년보다 3명 줄었다. 올해 처음으로 국감 증인신청 실명제가 도입되면서 ‘묻지마 호출’ 관행이 개선된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엄포성 호통 발언, 증인을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구태는 반복됐다. 이진복 정무위원장이 “국감장에 나온 증인들에게 의원들은 한마디라도 질의해 달라”고 당부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전한 의원들의 기업인 호통

여야 의원들은 현대자동차 ‘세타2’ 엔진 리콜과 관련한 국내 소비자 차별 논란,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 간 주식 맞교환, 티브로드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승동 현대차 사장에게 “현대차가 세타 엔진 리콜을 진행하는데 한국과 미국 간 리콜에 차별이 있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여 사장은 “미국에서는 소음만, 한국에서는 소음과 청정도 조사를 같이해 리콜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상이 있을 경우 엔진을 교환해주고 2차 문제 발생 시에는 무한 보증한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그것이) ‘엉터리 리콜’ 아니냐”고 따져 물었고 여 사장은 “엉터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부회장을 향해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 간 주식 맞교환은 자사주의 의결권을 살리고 증자 부담도 줄이는 ‘꿩 먹고 알 먹기식’ 거래”라며 “이런 게 ‘꼼수’ 대주주 지배력 확대”라고 지적했다. 최 부회장은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간 합병 전 각자 자기자본 합계는 7조8000억원이지만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합병 뒤에는 6조6000억원으로 줄어든다”며 “자기자본 확대를 위한 전략적인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강신웅 티브로드 사장은 부당노동 행위 등으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티브로드에 협력사 일감 몰아주기, 사내 갑질 문화, 부당노동 행위 등이 만연하고 있다”며 “지난해 티브로드는 70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정규직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하겠다”는 강 사장의 발언에 대해 “어디 국회에 나와서 그런 자세로 말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이른바 ‘갓뚜기(God+오뚜기)’라는 애칭과 함께 국내 대표 모범 기업으로 꼽히는 오뚜기가 실상은 일감 몰아주기 등 불법 내부거래의 대표 기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선동 한국당 의원은 “오뚜기그룹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17년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등급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일감 몰아주기 문제 때문인 듯하다”고 지적했다.

◆증인 절반은 2시간 침묵 대기

이번 국감에서도 기업인들이 몇 시간씩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 김병열 GS칼텍스 사장, 장동현 SK 사장, 박병대 삼성전자 부사장 등 8명은 오후 2시30분에 시작한 정무위 일반 증인 국감에 참석했다.
이날 출석한 기업인 증인 가운데 강신웅 사장과 김형호 현대글로비스 부사장, 여승동 사장, 최현만 부회장 등만 오후 4시30분까지 의원들의 질문을 받았을 뿐 나머지는 2시간가량 말 한마디 못하고 자리만 지켰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공정위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아 기관 증인으로 부른 공정위 과장 2명에 대한 질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이진복 위원장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불러놓고 한마디도 안 하게 하면 안 된다. 질의시간을 추가로 2~3분 주겠다”고 말했다.

국감을 지켜보는 국민을 의식한 듯 증인을 대하는 태도에선 예년과 다른 모습도 보였다. 이 위원장은 일반 증인 신문 시간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위증 문제를 계속 제기한 김선동 의원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일반 증인을 불러놓고 기관 증인 신문을 길게 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해달라”고 한 것. 이 위원장은 질의가 끝난 강신웅 사장, 김형호 부사장 등 일부 기업인 증인에 대해서는 국감 도중에 조기 귀가 조치하는 유연성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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