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

사회적 기업·협동조합 육성…창업·벤처 소득공제 확대

사회적 기업·협동조합에 5천억 지원…'예산 나눠먹기' 함정 빠질수도
사회적 기업 활성화 정책 '좀비기업' 양산 우려

사회적 기업에 입찰 가점…공공물품 조달 가능성↑
협동조합 1만개 중 절반,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
"직접적 자금 지원보다 경영 컨설팅이 효과적"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혁신 창업과 사회적 경제 조직을 일자리 해법으로 내놨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18일 위원장인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서울 성수동에 있는 사회적 기업 공유사무실 헤이그라운드에서 회의를 열어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과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의결했다.

로드맵에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가가 마음 놓고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혁신 창업 방안이 비중 있게 담겼다. 창업·벤처기업 근로자의 우리사주 취득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연 4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늘리고, 정책금융 영역에서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은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 조직 지원을 핵심 대책으로 삼고 있다. 특히 금융 지원 강화를 위해 5년간 사회적 경제 조직에 최대 5000억원까지 보증하도록 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 창업과 사회적 경제는 경제 영역을 획기적으로 넓히고 동시에 청년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고강도 규제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혁신 창업이 공염불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경제도 취지는 좋지만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후 정부 재정으로 연명하는 ‘좀비 협동조합’이 난립한 것처럼 ‘예산 나눠 갖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18일 사회적 경제 조직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사회적 경제가 ‘새로운 일자리의 보고’로서 일자리 창출, 양극화 완화 및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사회적 경제 취지를 제대로 살리면 일자리 창출과 사회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착한 취지’와 달리 정책이 현장에 집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수반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금을 노리는 ‘도덕적 해이’는 물론이고, 재정에 의존한 나머지 자립심이 저해돼 오히려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좀비 기업’을 양산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결국 정부의 정책 방향이 직접적인 자금 지원보다는 경영 지원과 규제 완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사회적 기업 물품 우대한다지만

일자리위원회는 사회적 경제 조직에 대한 판로 확대를 위해 공공조달의 문을 활짝 열기로 했다. 우선 국가계약 입찰기준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토록 하는 원칙을 신설해 사회적 경제 조직의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로 했다.

또 의무적으로 일정 물량을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부터 조달받도록 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내년 하반기까지 국가계약법을 개정한다는 목표다. 사회적 경제 조직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입찰에 참여할 때의 가점도 내년 상반기에 기존 1점에서 2점으로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정책에 대해 사회적 기업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거 정부 조달시장의 중소기업 우대 정책이 의도와 달리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 측면이 있었듯이 이번 우대 정책도 사회적 기업 과보호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낳을 공산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재부, 통계 파악도 제대로 못해

기획재정부는 현재 1만여 개에 달하는 협동조합의 운영률을 55%로 추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정부 지원에만 의존해 사실상 ‘개점 휴업’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재부는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이 중복으로 등록된 사회적 경제 조직 통계를 운용하는 등 실태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사회적 기업 인증신청 건수는 31.5% 줄었지만, 인증 건수는 1.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서 의원은 “정부가 인증률을 무리하게 높여 인증 건수를 (기존 수준으로) 맞춰왔다”며 “인증심사 과정에서 사회적 목적 실현, 영업활동을 통한 수입 등의 핵심요건 등에 대해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돈 지원보다 자립심 키워줘야

‘좀비 기업’에 대한 퍼붓기식 지원을 막기 위해서는 자금 지원보다는 컨설팅 등 경영 지원이 주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협동조합 정책에 참여했던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영국은 사회적 경제 조직에 대해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자금은 최소한으로 지원한다”며 “국내 사회적 경제 조직들도 돈을 받아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 경제가 성과를 내려면 스스로 고기를 잡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측면 지원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경제 조직에 대한 퇴출을 쉽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민수 쿱비즈협동조합 대표는 “협동조합이 폐업하기 위해서는 해산 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이 절차가 매우 번거롭다”며 “관련 절차를 간소화해 좀비 협동조합의 퇴로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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