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페이스북 이용자가 20억 명을 넘었다. 페이스북 친구 최대 한도인 5000명 돌파를 자랑하는 사람이 많다. 카카오톡과 밴드의 단체대화 알림도 쉴 새 없이 울린다. 인간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친구의 숫자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옥스퍼드대 진화생물학 교수 로빈 던바는 저서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친구가 필요한가?(How many friends does one person need?)》에서 “한 사람이 제대로 사귈 수 있는 친구의 수는 최대 150명”이라고 했다. 국내에 《발칙한 진화론》으로 번역된 이 책에 따르면 디지털 세대의 인맥이 아무리 넓어도 진짜 친구 수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던바의 수’ ‘던바의 법칙’이다.

그는 아프리카 야생 원숭이의 집단생활을 관찰한 결과 영장류의 대뇌 신피질 크기를 고려할 때 친밀 관계를 맺는 대상이 150명을 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족 사회도 평균 구성원이 153명으로 조사됐다. 영국인이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낼 때 받는 사람의 숫자 역시 가족을 포함해 평균 150명이었다.

공조직 규모도 비슷하다. 로마군의 기본 전투 단위인 보병 중대는 약 130명이었다. 현대의 중대 단위도 130~150명이다. 고어텍스 제조사인 고어는 공장 조직을 150명 단위로 운영한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개신교 일파인 ‘아미시 마을’도 구성원이 150명을 넘으면 둘로 나눈다. 하나같이 인간 관계의 양적 크기보다 질적 깊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던바의 법칙은 3배수 법칙으로도 불린다. 곤란한 상황이 닥쳤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진짜 절친은 5명, 그 다음 절친 15명, 좋은 친구 35명, 친구 150명, 아는 사람 500명, 알 것도 같은 사람 1500명이라는 것이다. 국내 설문 조사에서도 “진짜 친구는 5명 이하”라는 응답이 70%를 차지했다.
소셜미디어는 비난과 욕설 때문에 우울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페이스북이 지난주 ‘익명 친구 칭찬 앱’인 TBH(To be Honest)를 인수한 것도 이런 피로감과 혐오의 부작용을 줄여보려는 시도다.

어려울 때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는 ‘신뢰와 헌신’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공유한 인생 동반자다. 구양수는 그런 친구에게 ‘저기 호숫가에 한 동이 술이 있으니/ 만 리 밖 하늘 끝 사람을 떠올리노라’고 노래했다. 여기에 덧붙인 후세 사람들의 대구도 절묘하다. ‘술은 지기를 만나면 천 잔도 부족하고/ 말은 뜻이 안 맞으면 반 마디도 많다네(酒逢知己千杯少 話不投機半句多).’

던바의 법칙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오늘같이 좋은 가을날, 마음 통하고 뜻 맞는 벗들과 ‘천 잔 술’을 기울일 생각을 하면 마음이 벌써 환해진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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