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노조 설립 허용…업계 초비상

230만명 노조 설립 숙원 풀지만…
보험업계, 4대보험 적용 때 6037억원 추가부담
택배사 "기사들이 더 요구하면 택배비 오를 것"
소득세 급증하는 고소득 보험설계사들은 반발

< 국회서 노동3권 보장 촉구 >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법률안을 마련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고용노동부가 수용했다”고 밝혔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등 특수형태근로직 노조원들이 지난 9월14일 국회 정론관에서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30만 명으로 추산되는 특수형태근로(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길이 열리자 관련 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노동계로서는 약 30년을 끌어온 숙원을 해결한 셈이지만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개별 근로자들이 자유로운 경쟁관계에서 사용자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정책을 추진할 경우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비용상승·파업리스크 커져

정부가 17일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자 보험회사 택배회사 학습지회사 골프장 등 관련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당장 시간 외 수당과 퇴직금, 고용보험 등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는 데다 노조가 설립돼 파업 위험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약 20만 명의 전속 보험설계사가 일하는 보험업계는 4대 보험만 적용해도 회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6037억원에 달한다. 비용 확대는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공산이 크다.

근로자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사회 전체적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영업성과가 떨어지는 설계사를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중소형 보험사 중에는 전속 설계사를 줄이고 보험대리점(GA)을 활용하는 곳이 많다. 특수고용직 고용보호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택배업계 역시 노조 설립의 경제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배명순 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회 사무국장은 “택배는 한 지역에서 부분적인 파업이 발생한다 해도 전국적인 서비스가 마비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홈쇼핑과 오픈마켓 인터넷쇼핑몰 등 연관사업이 모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도 찬반 나뉘어

특수고용직 종사자 사이에서도 정부의 이번 결정에는 의견이 갈린다. 보험인권리연대노조 등은 지속적으로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해왔지만 영업성과가 좋은 설계사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설계사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소득의 3.3%만 사업소득세로 내면 된다. 그러나 근로자로 인정되면 소득 수준에 따라 6~40%의 근로소득세율을 적용받는다. 한 설계사는 “지금은 출퇴근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경력단절여성도 가사와 보험 영업을 병행할 수 있다”며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근태 관리를 더 철저하게 받기 때문에 오히려 경력단절여성을 더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골프장 캐디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골프캐디협회(KGCA) 관계자는 “캐디가 노동자로서 권리를 인정받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권리가 보장되면서 세금 등의 의무가 따라오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캐디는 현장에서 골퍼들에게 현금으로 비용을 받기 때문에 소득에 대해 별다른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부의 이번 결정은 상징적인 의미 외에 실효성이 작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노조가 정치적인 압력단체가 될 수는 있지만 고용의 특성과 내부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힘든 한계 탓에 실제적인 권리를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용자가 일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에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수고용직 종사자 노조 설립이 허용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법외 노조는 자연스럽게 노동법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현진/박신영/최진석/이유정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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