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KEB하나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에
극비리에 TF 운영…'막판 뒤집기' 성공
5년간 연금지급·운용자금결제 등 수행
10년째 맡아온 신한은행, 탈락 소식에 '충격'
600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주거래은행을 앞으로 5년간 우리은행이 맡게 된다.

국민연금은 16일 전북 전주에서 주거래은행 선정을 위한 제안서 발표 후 우리은행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제안서 발표에는 우리은행을 비롯해 신한, 국민, KEB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이 모두 참여했다.

국민연금은 현장실사와 기술협상 등을 거쳐 우리은행과 최종 계약을 체결한다. 우리은행이 최종 선정되면 국민연금의 연금보험료 수납과 연금 지급, 운용자금 결제 등 국민연금의 금융 업무를 수행한다. 계약 기간은 우선 2018년 3월부터 3년이지만, 1년 단위로 두 번 연장할 수 있어 최장 5년이다. 이원희 국민연금 이사장 직무대행은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은 연금 사업 전반에 걸친 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엄정한 절차를 거쳐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입찰은 당초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2파전으로 예상됐다.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10년간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을 맡아왔으며, 국민은행은 LG CNS와 컨소시엄을 꾸려 이번 입찰을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눈에 드러나지 않게 차분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끝에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을 따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은행은 별도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지만 은행 내부에서도 극비리에 부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민연금의 다른 업무를 맡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제안서 발표에서 역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수탁은행을 맡고 있어 기금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데다 이날 제안서 발표를 통해 다양한 업무 추진 능력을 적극적으로 피력해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최초로 기관고객본부를 만들어 189개 공공기관과 102년간 서울시 주거래은행을 담당하고 있는 노하우를 설명했다”며 “전담조직을 구성해 주거래 업무는 물론 정보화사업, 중장기 추진 전략까지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602조원(지난 7월 말 기준)에 달하는 만큼 이번 입찰은 올해 은행 기관 영업 중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했다. 향후 5년간 세계 3위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이란 타이틀을 얻을 수 있어 은행마다 총력전을 벌여왔다.
이날 프레젠테이션에도 각 은행이 힘을 실어주기 위해 최고경영자들이 총출동했다. 우리은행에선 이광구 행장(사진)이, 국민은행에선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신한은행에서도 위성호 행장이 참석했다. KEB하나은행에선 함영주 행장이 미국 출장 중이어서 불참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22일 예정이었던 프레젠테이션 일정이 미뤄지고, 장소도 서울에서 전주로 변경됐지만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이란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은행장들이 대거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10년째 국민연금을 맡아왔지만 이번에 탈락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신한은행은 2012년부터 5년간 맡아오던 경찰공무원 대출사업도 최근 국민은행에 빼앗겼다. 신한은행으로선 이번 주거래은행 수성이 중요한 과제였지만 실패하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앞으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과 국내 채권, 국내 대체투자 등 3개 분야의 수탁은행 선정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역시 국민, 신한, KEB하나 등 시중은행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안상미/김일규 기자 sarami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