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지난 금요일 밝혔다. 권 부회장은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임직원 여러분들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오랜 시간 깊이 고민해왔고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사퇴 의사를 공식화했다. 반도체 사업을 맡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대표와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은 즉각 사퇴하고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삼성전자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은 연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3분기 14조5000억원)을 발표한 날 나온 권 부회장의 사의 표명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삼성의 경영 리더십 공백에 대한 불안이 더 커지게 됐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역할 외에 장기간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과 구속 수감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경영자로 활동해왔다. 해외 언론들도 “매우 뜻밖의 소식으로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를 더욱 깊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부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글에서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이후의 먹거리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토로한 것이다. 이런 삼성과 달리 애플 구글 등은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를 확대하며 삼성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애플은 낸드플래시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참여했고, 구글은 대만 스마트폰 업체인 HTC의 지식재산권과 인력을 인수하며 하드웨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권 부회장의 용퇴 결정을 계기로 삼성 경영진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 삼성에 정말 필요한 것은 10년 뒤를 내다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강한 리더십 확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삼성의 리더십 공백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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