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연구원 9000명 출근 시작…아침풍경 달라져

LG화학 등 8개 계열사 연구 인력 2만2000명
2020년까지 모두 입주

부동산 가격도 들썩…화곡동·김포까지 영향

LG전자 연구원들이 지난 13일 아침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LG사이언스파크에 출근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지난 13일 오전 8시 서울지하철 5호선 마곡역은 지하철에서 내린 인파로 가득 찼다. 이들을 따라 500m가량 걷자 새로 지은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LG그룹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지은 ‘LG사이언스파크’다. 지하철에서 걸어온 직원들과 10여 대의 셔틀버스에서 내린 직원들이 뒤섞이면서 LG 사이언스파크가 있는 마곡 중심부 일대는 혼잡을 빚었다. 인근에서 1년간 커피가게를 운영해 온 정모씨는 “입주 회사가 많지 않아 황량한 느낌마저 들었던 아침 풍경이 갑자기 달라졌다”고 전했다.

◆마곡은 ‘LG 도시’

LG사이언스파크의 전체 16동 건물 중 6개 동이 완공되면서 LG전자 연구원 9000여 명이 지난 10일부터 출근을 시작했다. 이곳에는 LG CNS 본사를 비롯해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LG하우시스 등 그룹 8개 계열사 연구 인력이 입주한다.

축구장 24개를 합친 17만㎡ 부지에 연면적 111만㎡ 규모로 2020년 최종 완공되면 이곳에서 일하는 연구개발(R&D) 인력만 2만2000여 명에 달할 전망이다. 서로 다른 회사 직원들이 함께 일하는 융복합 R&D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LG CNS 본사 인력과 지원인력, 희성전자 및 아워홈 등 협력사 인력까지 합하면 마곡 업무지구에서 일할 16만 명 중 4만 명이 LG 관련 인력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김태형 마곡일등공인 이사는 “117개사가 입주할 마곡 업무지구에서 LG사이언스파크는 가장 크고 좋은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며 “지역에 미칠 경제 효과를 감안하면 마곡지구를 ‘LG 도시’라고 불러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LG도 지역 주민들에게 LG 사이언스파크를 개방했다. 주민들은 별도의 출입증 발급 없이 건물 바깥은 물론 로비까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보안이 중요한 기업의 R&D센터가 건물 내부는 물론 부지 진입까지 엄격히 통제하는 것과 대조된다. LG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해 말 그대로 ‘파크(공원)’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문화생활을 위해 서울 역삼동에 있는 LG아트센터도 마곡으로 옮겨온다. 부지 2만3000㎡, 연면적 1만5000㎡에 1500석 이상의 대규모 오페라 공연장, 소공연장 등을 갖춘 시설을 지어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하고, 올해 말 공사를 시작해 2020년 완공된다.

◆파급 효과는 김포까지
유동인구는 크게 늘었다. 추석 연휴 전인 지난달 평일 기준으로 1만4000명 정도이던 마곡역 이용자는 지난 10일 1만6728명, 11일 1만6756명으로 20%가량 늘었다. 출근길에 만난 한 LG전자 연구원은 “새 건물이라 시설은 좋지만 강동구에 있는 집에서 너무 멀다”며 “셔틀버스 탈 때부터 한숨이 나와 집을 옮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근 부동산은 LG 사이언스파크 입주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 마곡엠벨리 7단지의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최근 몇 개월 사이에 5000만원 올라 9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오피스텔 월세도 전용면적 50㎡를 기준으로 지난해 말 대비 5만원가량 올랐다. 경기 파주에 있는 LG디스플레이 R&D센터, 안산의 LG이노텍 R&D센터에서도 연구 인력이 옮겨오며 임대 수요가 치솟은 결과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마곡지구 내 주택 공급이 1만2000가구에 불과해 LG 연구원들의 주거 수요를 감당하기 역부족”이라며 “인근 화곡동은 물론 김포 운양동 집값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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