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여름 파리컬렉션

중성적 매력의 톰브라운
유니콘으로 피날레 장식

겐조, 일본 전통춤 접목시키고
선술집 파티 열어

단순한 무대로 옷에 집중하게 한
에르메스·레오나드도 눈길

“폭포수가 떨어지는 계곡 사이를 수놓은 무지갯빛 의상은 투명하게 반짝였다.” 지난 3일 막을 내린 ‘2018 봄·여름 파리패션위크’에서 샤넬이 선보인 무대에 대한 현지 언론들의 평가다. 매년 그랑팔레에서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 샤넬의 칼 라거펠트 수석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는 올해 울창한 숲속 계곡을 창조해냈다. 햇살을 받아 영롱한 무지갯빛을 띠는 투명한 비닐 소재를 옷과 가방 등에 사용해 샤넬 고유의 트위드 재킷, 미니스커트, 클래식한 핸드백 등을 더 돋보이게 했다.

최근 가장 핫한 디자이너 브랜드로 손꼽히는 톰 브라운은 중성적 느낌의 여성 정장을 다채롭게 선보이며 무대를 한 편의 연극처럼 꾸몄다. 우주인을 형상화한 두 명의 발레리나가 지구인 모델들을 훔쳐보는 듯한 무대를 연출했다. 마지막 무대는 레이스와 여러 겹의 천으로 공들여 만든 새하얀 유니콘이 장식했다.

개성 넘치는 무대에 공들여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3일까지 프랑스 파리 시내 곳곳에서 열린 파리패션위크는 90여 개의 명품 브랜드가 각자의 정체성을 강조한 무대를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막을 내렸다.

무대 주인공인 옷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명품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무대를 꾸몄다. 6개의 폭포수가 떨어지는 15m 높이의 계곡을 만드는 데만 두 달여가 걸렸다. 라거펠트는 “트위드와 시폰, 실크, 레이스 등 다양한 소재가 빛과 물 사이에서 영롱하게 빛나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품이 넉넉한 재킷에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매치했고 그 위에는 투명한 비닐 소재로 모자 달린 판초를 입혔다. 다리가 비치는 투명한 비닐 부츠, 여러 겹의 주름을 잡은 비닐 핸드백, 투명 모자 등 무지갯빛을 표현하는 다양한 신제품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겐조는 일본 전통춤 ‘가구라’로 무대를 시작했다. 다채로운 색상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 겐조는 형형색색의 사자탈을 쓴 무용수의 무대를 30여 분에 걸쳐 보여주며 기대를 끌어올렸다. 이들의 무대가 끝난 뒤 걸어나온 모델은 일본 전통의상 기모노를 재해석한 원피스 등 일본 디자이너의 개성을 담은 옷을 선보였다. 데님 소재와 스트라이프, 화려한 패턴 등을 다양한 의상에 적용했다. 겐조의 듀오 디자이너인 캐롤 림과 움베르토 레옹은 “아시아의 감성과 현대적 미국식 표현 방식을 절묘하게 조화시키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겐조는 패션쇼 직전에 일본식 선술집 파티를 여는 등 독창적인 콘셉트와 일본 브랜드의 특징을 강조하는 데 공을 들였다.

연극적 요소를 동원해 옷에 더 집중하게 한 디자이너도 있었다.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톰 브라운은 특유의 테일러링(슈트 제작기법)을 중성적 매력의 여성복으로 풀어냈다. 풍성하게 떨어지는 정장 재킷엔 엉덩이 밑에서 잘라 이어 붙인 가터벨트 스타일의 치마를 매치하는 등 여성미와 남성미를 동시에 보여줬다는 평가다. 아주 느린 속도로 무대를 걸어나온 모델들 뒤에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한 새하얀 유니콘이 피날레를 장식한 것도 눈에 띄었다. 우주인처럼 꾸민 두 명의 발레리나가 쇼 내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가 하면 행성을 상징하는 커다란 구 모양의 여러 조명을 세팅하는 등 한 편의 연극처럼 패션쇼를 구성했다.

옷을 돋보이게 하는 런웨이
브랜드 콘셉트를 강조하기 위해 더할 나위 없이 단순한 무대를 선택한 명품도 많았다. 프랑스 브랜드 루이비통은 루브르박물관 안에 환한 조명이 깔린 새하얀 런웨이를 설치했다. 실크 원피스와 어깨가 각진 재킷, 편안해 보이는 운동화와 초미니 핸드백, 여행용 가방 등 루이비통을 대표하는 풍성한 아이템을 대거 선보였다.

오로지 옷에만 시선이 가도록 무대를 꾸민 브랜드로는 에르메스와 레오나드도 손꼽힌다. 에르메스는 새하얀 벽과 바닥 사이로 체크 패턴, 실크 소재 등 브랜드를 대표하는 신상품을 입은 모델을 거닐게 했다. 클래식한 체크무늬의 옷은 몸매를 감싸주는 여유있는 실루엣과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화려한 실크를 잘 쓰는 브랜드로 알려진 프랑스 브랜드 레오나드는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다채로운 원색의 실크 옷이 돋보이도록 무대를 연출했다. 짧은 미니 원피스부터 우아한 블라우스, 발이 보이지 않는 맥시드레스 등 여성미를 강조한 형형색색의 신상품을 입은 모델들은 단조로운 런웨이를 걸어나오며 더 화려하게 빛났다.

패션 전문매체 WWD는 “명품 브랜드마다 개성과 콘셉트를 명확히 보여주는 무대를 꾸미는 데 점점 더 공을 들이고 있다”며 “내년 봄·여름에는 컬러풀한 오버사이즈, 하늘하늘한 시폰 옷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오나드

파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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