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재속 삼성의 얼굴 역할 부담"
삼성 "경영 쇄신 위한 자연스러운 결정"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 이진욱 기자 ]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자진 사퇴를 발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날은 삼성전자가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날이어서 궁금증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이날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3분기 영업이익 14조5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직후 권 부회장 사퇴 소식을 알렸다.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권 부회장의 사퇴가 더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권 부회장이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부문 사업책임자에서 물러나고,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및 의장직도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만 수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겸직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한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오랜 공백으로 권 부회장이 삼성의 '얼굴' 역할을 한 것에 대해 압박감을 느껴 사퇴를 결정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권 부회장은 그간 삼성전자의 CEO로서 사업에만 몰두했는데, 그룹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그 역할까지 수행하는데 따른 부담감이 컸다는 것. 권 부회장이 챙겨야 할 국내 사업장만 수원, 기흥, 화성, 평택, 탕정 등 5곳에 달한다.

실제 권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종 행사에 삼성의 대표자로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따라 미국을 방문해 민간 경제외교 활동을 펼쳤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국내에서 잇따라 만나 목소리를 냈다. 오는 16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도 채택된 상태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의 매분기 실적 경신을 권 부회장의 사퇴 배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없으니 실적이 더 잘 나온다는 일부 시선에 권 부회장이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권 부회장은 이날 최근 호실적은 과거 결단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권 부회장의 사퇴가 개인의 압박감 때문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급격하게 변하는 IT 시장을 대비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퇴진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삼성의 대표로 각종 행사에 참석했지만 본인이 맡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외 전사적 총괄 경영에 대해선 압박을 가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권 부회장은 2011년 부회장에 이어 2012년부터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다. 본인 스스로 새로운 쇄신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권 부회장의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재계는 삼성 사장단 중에서 권 부회장 후임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반도체 총괄을 맡고 있는 김기남 사장(1958년생), 종합기술원장을 맡고 있는 정칠희 사장(1957년생) 등이 후보군이다. 전혀 새로운 인물이 추천될 가능성도 있다.

권 부회장은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이사진에 사퇴와 관련한 이해를 구하고 후임자도 추천할 계획이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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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산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출입하고 있으며, 주로 스마트폰과 TV, 업계 이슈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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