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두 회사 중 하나는 틀릴 수 밖에 없는 '꽃가루 예보 전쟁'

입력 2017-10-13 07:04 수정 2017-10-13 07:10

일본 사람들은 왜 마스크를 많이 쓸까. 일본을 방문하셨던 분이라면 한두번쯤 떠올려봤을 의문입니다.

마스크를 쓰는 경우의 상당수는 바로 가훈쇼(花粉症·화분증)라고 부르는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매년 4~5월을 정점으로 꽃가루 알레르기가 기승을 부립니다. 스기(杉)나 히노키(ヒノキ)로 불리는 삼나무 계통 식물이 꽃가루를 어마어마하게 뿌린 탓입니다. 일본 인구의 3분의1인 3300만명 가량이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꽃가루 폭탄’을 접하고 나면 얼굴이 눈물·콧물로 범벅이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런 영향으로 봄철이 되면 많을 경우,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의 절반 가량이 마스크나 꽃가루 방지 전용 안경을 쓰고 다니기도 합니다.

매년 연례행사격으로 꽃가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다보니 일본에선 ‘꽃가루 예보’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일본의 대표적인 기상정보 회사들이 내년봄 꽃가루 수준을 놓고 정반대되는 예측을 내놔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략 6개월쯤 후면 두 회사 중 한 회사는 ‘틀린 예측’ 탓에 울상이 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반대로 정확한 예보를 한 쪽은 표정관리에 정신이 없겠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내년 봄 꽃가루 비산량을 놓고 웨더뉴스와 일본기상협회가 정반대되는 예보를 했다고 합니다. 웨더뉴스는 올해보다 꽃가루 비산량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일본기상협회는 ‘많다’는 쪽에 베팅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웨더뉴스는 “간토 지방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년보다 꽃가루 비산량이 감소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일본기상협회는 “도호쿠, 간토, 시코쿠 지방 등에서 올해의 1.5 배 이상 꽃가루가 날릴 것”이라고 예측을 내놓은 것입니다. 최종적인 꽃가루 비산량 예측은 12월초에 나올 것이라고 하지만 두 회사간 신경전은 벌써부터 불붙은 느낌입니다.

두 전문회사의 예측이 정반대로 나온 데에는 올해 여름 날씨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고 합니다.

꽃가루 비산량은 전년도 여름의 날씨가 크게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여름의 일조 시간이 길고, 기온이 높아지면 삼나무와 노송나무가 광합성을 많이해 꽃의 성장이 촉진되고, 꽃가루 비산량이 증가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같은 기상 데이터를 두고 두 회사의 해석이 달라졌습니다. 웨더뉴스는 “올 8 월 동일본과 동북 태평양 연안을 중심으로 악천후가 계속되면서 삼나무와 노송나무 수꽃의 생육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일본 기상협회는 “8월에 일부 지역에서 비가 많이 내리긴 했지만 6~8월을 기준으로 보면 전국적으로 기온이 높고 일조시간이 많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과거 데이터의 경향성에 대한 의견도 갈렸습니다. 웨더뉴스는 꽃가루 비산량이 많았던 다음해에는 꽃가루가 덜 날리는 경향이 있다는 과거 데이터에 기반해 올해 꽃가루가 많았기에 내년에는 비산량이 줄 것으로 봤습니다. 반면 일본기상협회는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보이지 않는다”며 올해 비산량을 내년 예측에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일본 환경부도 오랫동안 꽃가루 비산량 예측을 발표해 왔지만 민간 예측이 활발해지면서 작년 봄을 마지막으로 예측활동을 접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내년 꽃가루 예측은 두 회사 중 한회사만 맞출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예측이 틀리는 곳은 기상 예보 평판과 관련 사업에 이래저래 도움이 되지 않겠죠. ‘운명의 여신’이 어느 회사 손을 들어줄지 궁금해집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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