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국민은행장 내정자, '기관 영업'에서 능력 입증

함영주·이광구 행장도 자타공인 '영업의 달인'

‘영업통’ 은행장 전성시대다.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의 달인’들이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되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대출이 저절로 급증해 리스크 관리와 기획·전략이 중요했다. 하지만 대출을 늘릴 곳이 마땅치 않게 되면서 은행장의 주요 덕목으로 영업 능력이 떠올랐다.

허인 국민은행장 내정자가 대표적이다. 허 내정자는 대기업부 부장, 동부기업금융지점장, 삼성타운대기업금융지점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국민은행 영업그룹 대표를 맡고 있다. 그의 주특기는 기관영업으로 알려져 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37년의 은행원 생활 대부분을 영업 현장에서 보낸 자타공인 영업통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개인고객본부 부행장 출신으로 ‘영업의 달인’으로 평가받는다. SC제일은행의 첫 한국인 CEO 박종복 행장 역시 30여 년간 영업 일선에서 잔뼈가 굵었다. 전략통으로 불리는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강남PB센터장과 PB사업부장을 거쳐 신한금융그룹 WM부문장 등 적지 않은 시간을 영업으로 보낸 전문가다.

은행들이 영업통 행장을 내세우는 건 고객 쟁탈전에서 승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불황과 가계부채 규제로 은행의 대출 성장세는 주춤해지고 있다. 다른 은행 고객을 모셔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다.
KB금융이 허 내정자를 발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영업그룹 대표를 맡아 지난해 SC제일은행을 밀어내고 아주대병원 주거래은행 자리를 차지했으며 올 들어선 우리은행을 제치고 서울적십자병원 주거래은행을 따냈다. 지난 7월엔 신한은행과의 경쟁에서 이겨 경찰청 협약 대출 사업권을 따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역시 개인영업전략부장 시절 연세대와 서강대 등을 주거래 고객으로 유치하는 등 ‘뭉텅이 영업’으로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행장이 된 뒤에도 ‘태권도인 특화상품’ 등의 아이디어를 내 고객을 늘렸다.

영업통 행장의 또 다른 강점은 뛰어난 리더십이다. 혼자 노력하거나 윗사람에게만 잘해서는 대규모 영업실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함영주 행장이 충청영업그룹 대표(부행장) 시절 은행 내 전국 1위 실적을 기록하고 합병 KEB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으로 외환·하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무리 없이 이끈 비결은 ‘섬김의 리더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함 행장은 CEO가 된 뒤에도 자신을 ‘시골 촌놈’이라 낮춰 부른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