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 파업·공장 점거 1년…20년 거래 해외업체도 등 돌렸다

입력 2017-10-12 17:40 수정 2017-10-13 09:52

지면 지면정보

2017-10-13A1면

협력업체 180곳 도산 내몰려

파업 노조원 1년치 임금 날리고…회사는 1500억 매출 손실
승자(勝者)는 없었다. 모두가 패자(敗者)였다. 1년 가까이 파업과 공장 점거가 이어지면서 평균 연봉이 8400만원에 달하던 400여 명의 노동조합원은 임금을 집에 가져다주지 못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서다. 회사는 같은 기간 1500억원가량(매출 손실)을 날렸다. 협력업체 180여 곳은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독일 다임러, 인도 타타 등 해외 거래처들마저 거래를 끊기 시작했다. 지난 6월 1년 만에 다시 공장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정작 납품할 곳이 사라진 것이다. 노조의 ‘상습 파업’으로 만신창이가 된 자동차용 에어컨·히터 제조업체 갑을오토텍 얘기다.

갑을오토텍의 사연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소속인 이 회사 노조는 작년 상반기 22차례 부분·전면파업을 반복했다. 지난해 7월5일부터는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회사가 관리직을 투입해 공장을 가동하려고 하자 노조는 제품 출하장과 공장 출입구마저 봉쇄했다. 노조가 충남 아산에 있는 공장을 점거한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노조는 2015년 기본급 인상 요구안(15만9900원)과 2016년 요구안(15만2050원)을 함께 들고 나왔다.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며 회사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까지 했다. 2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버텼고 결국 7월26일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공장은 완전히 멈췄다. 회사는 관리직을 통해 공장을 돌리려 했지만, 번번이 노조가 이들의 공장 출입마저 막았다. 사측은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노사 스스로 해결하라’며 뒷짐만 졌다. 노조는 직장폐쇄 무효 가처분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직장폐쇄가 합당하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노조는 결국 지난 6월21일 점거를 풀고 공장에 나오기로 했다. 회사도 같은 날 직장폐쇄를 풀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한 달만 공장을 점거하면 사측이 꼼짝 없이 임금을 올려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며 “회사 측이 1년간 강경하게 버티자 임금을 못받은 노조원들이 결국 백기투항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말부터 공장은 가까스로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이미 난 상처가 너무 깊었다. 갑을오토텍은 1500억원 이상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180여개의 협력업체들도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노조원들도 1년 가까이 임금을 받지 못했다. 갑을오토텍 노조는 과거에도 거의 매년 파업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갑을오토텍은 옛 만도공조가 이름을 바꾼 업체로, 1999년 UBS 사모펀드에 인수됐다가 2009년 갑을상사그룹에 편입됐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뿐만이 아니었다. 앞으로 먹고 살 ‘먹거리’마저 사라졌다. 독일 다임러,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아랍에미리트(UAE) 스와이단, 카타르 알 하마드, 인도 타타 등이 올들어 잇따라 갑을오토텍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파업에 따른 부품 공급 차질로 인해 거래처를 바꾸기로 결정한 탓이다. 이들 업체는 갑을오토텍과 20년 넘게 인연을 맺어오며 연간 100억~200억원 규모의 납품을 받아왔다. 박당희 갑을오토텍 사장은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인해 기존 거래처 대부분이 타사로 넘어가 매출 부진에 따른 자금난이 심각하다”며 “보유 자산 처분마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손해 배상도 해야 할 판이다. 해외 업체들이 지난 1년간 부품 공급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면서다. 액수만 줄잡아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들마저 기존 여신을 회수하고 한도를 축소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노조 때문에 불안정한 회사라는 낙인이 찍혀 당분간 정상 영업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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